한양대학교 김종량 이사장 신년호 축사
한양대학교 김종량 이사장 신년호 축사
  • 한양대학교 이사장 김종량
  • 승인 2018.01.02
  • 호수 1470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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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학교 이사장 김종량

2018,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며 늘 시간의 흐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의 인생은 마디마디 토막 난 시간이 아니라 길게 연속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의 마디를 나누어 새해라고 부르는 까닭은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모두 묻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고단했던 지난 시간들을 모두 잊으시고 올 한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더 큰 희망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한양 가족 여러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변화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고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세상의 변화는 인간의 의지보다는 기술이 더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미래사회에 대해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기술이 인간과 사회의 진보를 위한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기술의 변화가 진정으로 인간과 사회의 진보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대를 하기도 하고 우려를 하기도 하는가 봅니다. 우리 앞에 놓인 ‘판도라의 상자’를 바라보며 이 상자 속에서 무엇이, 어떤 것이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제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보며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 그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학이 답을 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한양가족 여러분!

대학은 늘 시대의 고민을 함께하며 그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대학은 늘 연구와 교육을 통해 사회적 고민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왔습니다. 지금 사회는 가파른 변화의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대학은 차분히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며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대답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를 맞이하며 올 한해 우리 한양이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대학은 사회의 변화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모른 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사회의 변화, 기술의 변화는 따라가기가 벅찬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대학인의 정당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나의 전공이나 나의 학문과 지금의 이 변화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 역시 타당한 생각은 아닙니다. 우리가 또는 대학이 변화에 무관심하거나 멀어질수록 우리의 연구나 교육은 과거를 답습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의 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대학이 미래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공이나 학문 분야와는 상관없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연구 모임들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지금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술은 이공계만의 문제나 IT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일수록 인문사회계 예체능계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혜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수님들 간의 또는 학생들 간의 함께 고민을 나누는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셋째, 세상의 변화를 기술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은 그러한 기술에 하는 수 없이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 자체가 사회의 모순을 해결해 주거나 이상적인 미래를 완성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학은 끝까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인간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 한양의 건학정신인 ‘사랑의 실천’은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를 단단히 붙들어 맬 정신의 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우리는 인공지능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그리고 생명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갖는 것만이 대학이 미래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면 해가 갈수록 우리의 삶은 편안해지기보다는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변화를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내가, 바로 나 자신이 달라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구상 시인의 <새해>라는 시로 신년 인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새 해
                                            구 상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쓰라림과 괴로움이 아니오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律調)일 따름이다.


그렇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여러분의 삶이 더욱 새로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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