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대신문 문예상 시부문 가작] 나방
[2017 한대신문 문예상 시부문 가작] 나방
  • 이지상<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5> 군
  • 승인 2017.12.03
  • 호수 146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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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살만 뒤룩뒤룩 쪄가는 내가 소파에 엎드려 퍼질러진 채로 나방을 보고 있었다. 딱 마침 옆에는 누이가 있었다. 내가 엎드려 누이에게 깔깔거리며 말했다. 누이, 저 나방 좀 보오. 아주 죽을 작정인 맹키로 불길에 뛰어든단 말이오. 퍽 꼴이 하찮고 우습지 않소. 그런 말 마오. 누이가 다그쳤다. 나방은 생이 간절하여 필사적이라 불길로 뛰어드는 것이라. 그런 말 마오. 나는 부풀은 배를 한 번 쓰다듬었다.

02.
방식이랄 게 뭐였건디 두 마리 나방이 촐래촐래 날르더니 한놈은 우에서 아래로 날개를 짓고 다른 한놈은 아래에서 우로 날개를 짓는 것이었다. 고놈들 고얀 것이 서로를 교차(交叉)해 나갈라는 찰나에 서도 부딪치어 두 놈 다 잘래비처럼 꼬꾸라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03.
우연히 솔나방 한 마리를 손으로 휘어잡아놓고선 이담에 크면 알이랑꼰디랑 만 마리 천 마리 낳아다가 얼쑤 금사 뭉텅이를 쭉쭉 뽑아다 내 옷 짓고 엄니 옷 짓고 아비 옷 짓고 누이 옷 짓고 만 마리가 동이 날 끝에서야 님의 옷을 아리잠직 지으려고 하였드라. 애지중지하여 간신히 피운 꽃봉이 나비임에 받침 째 동당이 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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