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포비아’, 왜 내가 리더가 돼야 하나요?
‘리더 포비아’, 왜 내가 리더가 돼야 하나요?
  • 안치형 기자
  • 승인 2017.12.03
  • 호수 1469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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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대표가 없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들

 

막중한 책임감, 
리더에 대한 부담 심화로


대표의 부재, 불편은 학생들의 몫


리더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제고 요구돼

대학 사회에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에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 ‘0명’, 심화되고 있는 학생들의 무관심
대학가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부 대학교는 학생들의 외면이 심각하다. 실제로 △숙명여대 △연세대 △인하대 등 대다수의 학교가 작년 총학 선거 기간 동안 출마자가 없어 보궐선거까지 치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출에는 결국 실패했다. △서강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한국외대도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올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실제로 매일경제에 따르면, 서울·인천 등 수도권 소재 주요 대학 34개 중 약 26.5%에 해당하는 9개 대학이 현재 총학이 없는 비대위 체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톨릭대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총·부총학생회장은 물론이고 단과대학생회장, 총·부총동아리연합회장 입후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보민<가톨릭대 경영학과 16> 군은 “총학과 산하 기구들은 당연히 존재하는 줄 알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오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학생회장뿐만 아니라 각급 단위 회장 지원자가 없어 중앙선거 자체가 무산된 경우가 생겼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도 올해 총·부총학생회장 후보자가 단 한명도 없어 내년 3월까지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리더, 학생들의 기피 대상  
리더십의 정의가 카리스마적 리더십에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변화됨에 따라 리더에게 과도한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생겼다. 이것이 리더 기피 현상을 낳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실제로 김상학<사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리더의 권한 약화와 구성원의 권한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수평적 리더십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에 “권한은 약하나 책임은 막중한 총학생회장 자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총학생회의 권한이 약화되자 이를 대표하는 리더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늘어났다”며 총학생회장 기피 현상에 대한 원인을 제시했다. 이처럼 대학 내 총학의 권한이 크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학생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 감당해야 할 비난들은 리더의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1년이라는 임기는 학생들이 원하는 요구들을 다 반영하는 데 턱없이 짧다. 때문에 비난의 중심에 서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이경은<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3> 양은 “권한이 약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내 구성원들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싶지만 1년의 임기가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짧아서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비대위 체재
총학이 없는 대학들은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동아리 연합회장 △총학 집행부 등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비대위를 선출하고, 선출된 비대위가 총학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비대위는 총학이 하던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학생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등 작은 부분까지는 신경을 쓰는 데 한계가 있다. 

다른 학교 비대위 경험이 있다는 A씨는 “비대위 체제라는 말은 결국 학생 복지 기관이 없어진다는 의미이다”라며 “학생들의 대표가 없으면 학생처 등 학교 행정기관은 결국 학교 입장에서 정책사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장이 학생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권익을 증진하는 총학의 대표인 만큼, 학생들의 리더인 총학생회장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총학생회장이 없다면 결국 불편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리더의 의미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학생회가 학교 내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약하다”고 말했다. 총학을 행정결정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총학생회장의 권한을 증진할 때 학생들을 위한 정책들이 원활하게 시행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에 따르면 일반대학 중 56.6%인 86개 학교는 대학 내 의사결정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 학생평의원 수를 한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학생들의 심의·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총학생회의 역할 축소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구성원들은 대학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리더를 존중하고 리더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선행된다면 꼭 총학생회장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대표로서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학내 구성원의 참여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평적 리더십은 조직 내 구성원들과 같은 위치에서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안내하는 평등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수평적 리더십은 같은 위치는커녕 오히려 리더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떠맡으며 모든 것을 책임지는 ‘노비’에 불과하다. 리더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요구하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와 제고가 필요하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r
도움: 김상학<사회대 사회학과> 교수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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