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환절기와 알파고 그리고 청춘
[교수사설]환절기와 알파고 그리고 청춘
  • 한대신문
  • 승인 2017.11.27
  • 호수 1468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의 쓸쓸함
11월은 어중간한 달이다. 휴일 하나 없는 환절기로 쓸쓸하고 고독한 달이다.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11월을 잘 지내야 연말이 풍족하다. 환절기는 어중간하고 변화무쌍하다. 변화를 절감하지만 어떤 계절에도 속하지 않는 환절기. 11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겨울이다. 알고 있어 대비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는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지만 어떤 계절이 올 지 아무도 모른다. 막연한 추측만이 나돌 뿐이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거창하게 4차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변화 속의 인간은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

한국사회에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었다. AI가 눈앞에 펼쳐진 사건이었다. 시대 변화에 관심 없던 노년층도 변화의 물결을 알게 된 사건이기도 했다.

알파고의 충격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결하여 1승 4패를 기록했다. 대국 전만해도 이세돌의 우세가 점쳐졌다. 기보를 분석한 결과였다. 그러나 알파고는 짧은 기간에 진화했고, 압도했다. 인류의 패배는 아니라고들 했지만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어쩌면 그가 유일하게 AI를 이긴 인간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그 후 기술은 더욱 향상되었고, 새로운 알파고 제로는 독학으로 72시간 만에 스스로 깨우쳐 알파고를 제압했다.

관련 뉴스는 넘쳐나고 소름끼친다. 일본에서는 AI가 쓴 소설이 신춘문예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창작의 영역조차 해내다니! 미국과 홍콩에서는 AI 의사가 등장해 매우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도 AI 기자가 등장했다. 변화는 모든 영역에서 소리 없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엔에서 킬러로봇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정도로 환절기는 새로운 계절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쿼바디스 청춘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 중 임상실험은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임상실험이 없다. 그 부작용을 거론하기 전에 신기술은 매혹적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편리한 인터넷뱅킹이나 집의 반려동물을 위한 IP카메라가 해킹되어 피해가 발생하지만 모두 개인의 몫으로 치부된다. 찬양일변도다.

청춘은 AI시대를 맞이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문제는 청춘이 배운 교육이 이전시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주입식 학습만을 반복하면 모범생이 되는 교육방식 말이다. 비약하자면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으로 AI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하다. BJ가 몇 억을 버는 세상이다. 어쩌면 가장 똑똑한 낙오자가 될 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를 답습한다면 말이다.

변화를 거부한다고 해도 인간의 욕심으로 기술은 발전할 것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옷장을 열어 어떤 옷을 꺼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계절이며,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 흔한 멘토도 없다. 정답을 외우기 전에 질문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려는 길을 되돌아 볼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