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부실하고 부족했던 그들의 공약, 학생들은 외면할 수밖에···
[아고라] 부실하고 부족했던 그들의 공약, 학생들은 외면할 수밖에···
  • 김도렬 사진·미디어부장
  • 승인 2017.11.27
  • 호수 146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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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이번 서울캠퍼스 학생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학생의 관심을 받고 있다. ‘웰메이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리본’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후보들의 공약이 많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23일 공동 선거 정책공청회가 열렸다. 두 선본이 여러 논란에 대한 그럴듯한 해명과 함께 보다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실행 계획을 공청회에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많은 비판을 받은 만큼 각 선본이 절치부심해 이번 공청회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에 비해 이번 정책공청회는 실망스러운 모습으로만 가득했다.

총학 선본은 공청회에서 △남자 휴게실 공간 마련 및 예산문제 △수도전(한양대와 서울대의 대학정기전)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문제 △내진 검사 이후의 대책의 부재 등 주요공약에 대한 질문을 주로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학생들이 의문을 가졌던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아직 후보자 신분이라 예산을 측정할 수 없으며 각 집단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총학 후보자들은 자신들을 ‘많은 경험을 통해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준비된 공약이라면 구체적이고 정확한 수치와 체계적인 실천방안이 공약 내에 모두 포함돼 있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준비한 대부분의 공약에서 대략적인 예산안이나 실행계획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들이 ‘준비된 총학’을 구호로 내세웠던 만큼 좀 더 철저한 공약을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총여 선본의 모습 역시 실망스럽기만 했다. 총여는 출마 직후부터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여친소’, ‘여학생MT’와 같은 포퓰리즘식 공약, 그리고 여성을 ‘사회적 약자’, 남성을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한 듯 제작한 성범죄 관련 공약이 그 원인이다. 이로 인해 분노한 학생들이 투표 보이콧 운동을 기획하고 총여 후보자들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만들기도 했다.

총여는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과 더불어 효과적인 개선책을 학생들에게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기조와 정책에 대한 토론이 목적이었던 이번 공청회에서 그들은 공약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심지어 총여 회장 후보는 회의 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장면은 보다 건설적인 공청회를 기대하며 참관, 시청했던 많은 학생들에게 당혹감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두 선본이 선거 기간 학생들의 비판을 받고, 공청회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원인은 무엇일까? 결국, 그들이 그들의 공약을 ‘잘 만들지 못해’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공약은 후보와 선본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공약의 완성도는 그들의 준비력, 철학, 자질, 성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 공약을 바탕으로 후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기간 정책 중심의 선거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비전 2018’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까지 총학과 총여 선본이 내세운 공약들이 진정 학생들이 기대한 ‘준비된’ 공약인가? 각 선본은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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