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맛보다, 김용우 레스토랑 ‘공존’ 대표
공존을 맛보다, 김용우 레스토랑 ‘공존’ 대표
  • 노은지 기자
  • 승인 2017.11.27
  • 호수 146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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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프로젝트, 공존’. 본교 법학과(98) 출신 김용우 대표(이하 김 대표)가 운영하는 이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급스럽지만 조금 딱딱한 느낌의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입구 바로 앞,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는 ‘쿠폰기부 ZONE’부터 직원들이 나라별 의상을 입고 소개하는 재미있는 메뉴판까지. 이곳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즐겁게 공존하며 살아가자’는 그의 모토를 그대로 보여준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김 대표. 그가 주장한 착한 소비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 공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꿈, 지역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군사정부 때 학창시절을 보내며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자주 접한 그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열망이 가득했다. 김 대표는 ‘법’이라는 학문을 통해 사회 변화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현실과 멀게만 느껴졌다. 이후 그는 법보다는 좀 더 사회 참여적인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단체가 와해되는 모습을 보고 이 역시 자신이 바라는 사회 참여 방법과 다르다고 생각해 그만두게 된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삶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지역 공동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역 공동체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시도한다. 바로 공존 고기집을 열어 착한 소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사람은 모두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고, 누구나 맛있는 음식에 반응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음식’을 통해 공동체에 스며들려고 했죠.” 그 결과 공존 고기집 프로젝트로 독거노인을 위한 기부금이 한 달에 50만 원까지 모이는 등, 큰 성공을 이뤘다. 이것이 이어진 게 지금의 공존 레스토랑이다.

▲ ‘쿠폰기부 ZONE’에서 공존 레스토랑의 핵심이 되는 착한 소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이다.

공동체에 의한, 공동체를 위한 레스토랑
김 대표가 운영하는 ‘착한 소비 프로젝트, 공존’은 다른 음식점들과는 달리 ‘지역 공동체와의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특별한 레스토랑이다. 공존 고기집에서 시작해 이어져 온 착한 소비 프로젝트의 핵심은 구매금액의 5%를 손님에게 쿠폰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쿠폰은 음식값을 할인받는 데 쓸 수 있지만, 공존의 착한 소비는 손님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 독거노인을 돕는 ‘아름다운 센터’나 저소득층의 무료진료를 지원하는 ‘건강과 나눔’, 유기견 함께 기르기, 아동 급식카드 지원 중 한 곳을 손님이 직접 선택해 기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지난 4년간 손님과 함께 매달 기부한 금액은 총 2천만 원 정도이며, 레스토랑을 방문한 손님의 반이 기부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공존을 통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기부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한 겁니다.”

▲ 김 대표와 직원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아름다운 센터'를 통해 독거노인에게 꽃을 전달한 모습이다.

그는 소외된 이웃과의 공존 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과의 공존 역시 추구하고 있다. 공존 레스토랑의 모든 직원이 지역 청년들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김 대표는 월급 외에도 레스토랑이 흑자일 때 수익의 10%를 직원에게 주고, 검정고시에 통과할 수 있도록 직접 공부를 가르쳐주는 등 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그가 이렇게 청년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는 그들에게서 미래를 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젊은 청년들은 항상 열심히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습이 보여요. 그래서 그들에게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공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김 대표는 사람들에게 공존의 의미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돈보다 중요한 게 우리 지역에 소외된 이웃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게 착한 소비 프로젝트의 역할이기도 해요.” 그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장수연<인천시 부평구 25> 양은 “도시락 배달 봉사, 김장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이전보다 주변 이웃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걸 느껴요”라며 지역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김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다.

함께일 때 더 따뜻한 세상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내 것만 챙기려는’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며 공존의 의미가 점점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혼자보다 친구와 놀 때 더 재미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 역시 함께 살아갈 때 가장 즐겁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공동체와 공존해야 해요”라며 우리 사회에 공존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공존의 가치를 담은 착한 소비 프로젝트가 널리 퍼진 세상을 꿈꾼다. 공존 레스토랑과 같은 음식점이 점점 늘어난다면 모든 공동체에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직접 돕는다면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요?”

그의 좌우명인 ‘정기이불구어인(正己而不求於人)’은 남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이다. 김 대표는 그 좌우명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공존’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 김 대표는 착한 소비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재미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그는 보람을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닌, 프로젝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사진 조수경 수습기자 skanna@hanyang.ac.kr
사진 제공: 김용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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