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편에 학생들 “재수강 못해” 목소리
교육과정 개편에 학생들 “재수강 못해” 목소리
  • 한대신문
  • 승인 2017.11.13
  • 호수 1467
  •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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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대폭 개편되면서
다수 전공 강의 폐강돼…
학생들 재수강 못해 불만 확산
이에 학교 측은 “동일·대치 교과목 지정 확대 고려 중”

정책학과에 재학 중인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재작년에 들었던 전공 수업 ‘형법 1,2’에서 낮은 학점을 받아 재수강을 하려 했다. 그러나 정책대 RC 행정팀에서 “2016-2019년도 교육과정으로 개편되면서 ‘형법 1,2’가 폐강돼 재수강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사한 수업인 ‘형법학’이 2016-2019년도 교육과정에 신설됐지만 *학수번호가 달라 ‘형법학’ 강의로는 재수강을 할 수 없었다. 또한 학점 포기 제도가 2014년부터 폐지됐기 때문에 ‘형법 1,2’ 강의에서 받은 낮은 학점에 대해 재수강을 통한 성적 상승을 노릴 수 없다.

최근 서울캠 학생들 사이에서 교육과정 개편 이전에 이수한 교과목들이 다수 폐강돼 재수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캠에서 시행하는 2012-15년도 교육과정이 2016-2019년도 교육과정으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전공 교과목들 다수가 폐강된 것이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익명을 요구한 B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재수강을 할 예정이었으나 그 사이 전공 교과목 ‘경영의 이해’가 폐강됐다”며 “별다른 사전 공지 없이 강의가 폐강돼 계획했던 재수강을 못하게 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A씨 역시 “정책학과에서도 교육과정 개편 이후 학생들이 재수강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학생들 사이에서 2016-2019년도 교육과정으로 개편되면서 폐강된 강의와 유사한 강의가 신설됐음에도 재수강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폐강된 강의와 신설되는 강의의 학수번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학수번호가 다른 강의는 *동일·대치 교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 학칙상 재수강을 할 수 없다. 이에 A씨는 “폐강된 강의와 유사한 강의가 있음에도 재수강을 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학과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은 현재 학점 포기 제도가 폐지돼 학생들이 폐강된 강의의 학점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학생성적 관리 개선 방안’ 지침에 따라 2014년 1학기부터 학점 포기 제도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4년 이후에 이수한 전공 강의가 폐강됐을 경우 재수강도, 학점 포기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학점 포기 제도가 사라진 시점에서 전공 교과목이 폐지된 학생들은 성적 상승의 기회가 전무한 상황이다. A씨는 “학점 포기 제도가 사라진 시점에서 재수강이 유일한 성적 상승의 기회였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강의가 폐강돼 재수강의 기회조차 없어지면, 학생들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또 A씨는 “낮은 성적을 받은 강의를 다시 수강하고 성적을 올리는 것도 학생의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씨는 “군복무 등의 사유 때문에 재수강의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을 학교가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사팀도 이러한 학생들의 수요를 확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의 확대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2005-2008 교육과정부터 동일·대치 교과목을 대폭 축소해 최근까지 일부 교과목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하고 있었다. 곽상수<교무처 학사팀> 과장은 “과거에는 학과 사무실 직원들이 직접 교과목 이력을 관리했는데 교육과정이 여러 차례 개편됨에 따라 많은 교과목들이 동일·대치 교과목으로 지정됐다”며 “이 때문에 담당자가 교과목 간에 누적된 동일·대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제도를 운영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학사팀은 최근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를 확대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자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 시행 검토에 나섰다.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 시행에 따르는 관리상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했기 때문이다. 곽 과장은 “현재는 전산 시스템이 보완되면서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를 확대할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며 “전공 교과목에 한해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 곽 과장은 “구체적인 시기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빠르면 2018년도 1학기부터 확대 운영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대치 교과목을 지정할 때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학과에서 수요 조사를 통해 동일·대치 교과목을 지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과 학생 간의 논의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학교 본부는 지난 10일 서울 총학생회 ‘한마디’와 진행한 ‘제3차 좋은 수업 만들기 TFT’에서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 시행에 대한 소통을 진행했다.

서울 총학생회장 이경은<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3> 양은 “좋은 수업 만들기 TFT에서 폐강 교과목 재수강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다”며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가 시행되면 재수강에 대한 수요는 해결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본부 측과 동일·대치 교과목 제도 시행으로 앞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와 12월에 ‘좋은 수업 만들기 TFT’를 다시 개최하기로 하고 여기에서 제도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수번호: 교과목별 고유 코드번호를 말한다.                                                     
*동일 교과목: 폐강된 교과목들과 연결해 학수번호가 달라도 재수강이 가능하도록 한 교과목이다.
*대치 교과목: 폐강된 교과목들과 연결해 학수번호가 달라도 학생들이 재수강, 일반수강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교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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