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서점, 취향을 읽다
장르서점, 취향을 읽다
  • 김지하 기자 外
  • 승인 2017.11.13
  • 호수 146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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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장르의 책만을 다루는 ‘장르서점’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아직 읽고 싶은 책을 정하지 못했다면 관심사를 찾아 서울 곳곳의 장르서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고양이 집사들을 위한 휴식처, 대학로 ‘슈뢰딩거’

▲ 고양이 서점 '슈뢰딩거'의 내부 모습
▲ 고양이 서점 '슈뢰딩거'의 내부 모습

“고양이는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고양이가 가진 매력에 열광하고 심지어 고양이를 위한 ‘집사’의 자리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고양이 서점 ‘슈뢰딩거’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서점의 이름은 고양이 사고(思考)실험을 한 과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박스 속에 고양이를 넣는다면 생사 확률은 50:50이다. 즉, 이 실험은 박스를 열기 전까지는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방문객은 이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존재할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서점 안에 들어서니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은 ‘고양이’밖에 없는 듯 했다. 바닥에 깔린 발 매트, 벽에 걸린 사진, 음료수 캔의 표면 등 서점 내부가 온통 고양이 천지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고양이 책이었다. 특히 애묘인들이 꼽는, 고양이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인 발만 확대해 찍은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집은 한 권 쯤 소장할 가치가 있어 보였다.

고양이를 형상화한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하얀 고양이 모형은 실제 고양이처럼 생동감이 넘쳐 순간 살아있는 고양이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고양이들의 다양한 자세를 형상화한 배지와 스티커, 독특한 일러스트 엽서도 눈을 즐겁게 했다.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슈뢰딩거서점으로 향하는 길은 노란 은행잎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아직 가을이 남아있는 지금, 고양이들의 매력에 빠져 여유로운 독서 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 슈뢰딩거는 카페도 겸하고 있으니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길 바란다.

글·사진 김지하 기자 jihaaa1019@hanyang.ac.kr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의 내부모습
▲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의 내부모습

이대방향 일방통행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좁은 골목길 안에 숨겨진 작은 서점이 눈에 들어 온다. 문을 열면 셜록과 왓슨의 사진이 반겨주는 이곳의 이름은 ‘미스터리 유니온’. 국내 유일의 추리소설 전문 서점이다.
 
“추리소설이 좋으니까요.”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물어보자 유수영<미스터리 유니온> 대표는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유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미스터리 유니온은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이다. 추리소설이라는 한정된 주제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서점에 있는 약 1천8백여 권의 추리소설들은 매달 새로운 주제에 따라 재배치돼 끊임없이 방문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지난달 테마는 ‘시네마&미스터리’로, 영화의 원작이 되는 추리소설들이 작품설명과 함께 서가에 배치돼 있었다. 추리소설이 다루는 범위가 매우 좁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제가 고갈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유 대표는 “추리소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주제는 무궁무진하게 생긴다”며 “이미 읽은 소설이라도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단순히 추리소설 책을 파는 서점만은 아니다. SNS 계정으로 참여 신청을 받아 매달 단편 추리소설을 낭독하는 ‘달밤 낭독 클럽’을 여는 한편, 작가나 전문가를 초빙해 ‘미스터리 토크’ 라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이목을 끈다. 서점이라는 장소가 책을 사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하나의 문화를 향유하는 장소로 확장된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추리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 미스터리 유니온의 문은 수·금요일 오후 1시부터 9시, 토·일요일 오후 12시부터 8시에 열린다. 

글·사진 정수연 수습기자 jsy0740@hanyang.ac.kr

여행을 기록하는 서점, 홍대 ‘짐프리’

▲ 여행서점 '짐프리'의 내부 모습
▲ 여행서점 '짐프리'의 내부 모습

서점 ‘짐프리’는 생소함의 연속이다. 책장에는 처음 접하는 독특한 질감의 종이와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독립 출판물 판매를 겸하고 있는 만큼 여행 서적들의 내용 구성도 굉장히 신선했다. 그 중 두 권의 책이 뇌리에 남았는데 제주도 여행 서적과, 다른 한 권은 이집트 여행기다.

제주도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은 각 페이지마다 글쓴이가 소비한 내역이 나타난 영수증이 들어있어 인상 깊었다. 직접 손으로 한 장씩 붙인 듯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여행 일기를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영수증 옆에는 길거리의 야쟈수 등 초록빛이 강조된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자리해 제주도의 청량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했다.

이집트 여행기는 손바닥보다 살짝 큰 크기를 가진 1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으로, 첫 페이지에는 글쓴이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본 물고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 일러스트가 열 마디 말보다 이집트 바다 속을 더 잘 설명해줘 당장이라도 비행기 표를 끊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서점 벽면에 가득 걸려있는 사진들 속 자연경관도 이러한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짐프리는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짐을 보관해주는 것이다. 짐프리라는 이름도 ‘짐’과 ‘free’의 합성어로,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는 여행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짐 보관 서비스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단순히 여행 서적을 판매하고, 글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 서점. 이런 서점이 진정으로 여행자를 위한 서점이 아닐까? 다양한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무거운 여행 짐을 내려놓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가보자. 짐프리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김지하 기자

책으로 노래하는 곳, ‘라이너 노트’

▲ 음악 서점 '라이너노트'의 내부 모습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아지트 같은 곳. 이곳은 연남동 경의선 산책길 끝에 위치한 작은 음악 서점이자 공연 공간, ‘라이너 노트(Liner Note)’이다. 낡은 주택의 차고를 개조해 만든 이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특별함을 가져다줄까?

라이너 노트란 음반 재킷이나 앨범에 들어있는 해설지를 뜻한다. 그 이름처럼 이곳은 음악가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보다 쉽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자가 방문한 라이너 노트는 서점이기보단 작은 개인 작업실 또는 취미를 즐기는 비밀 공간 같았다. 작은 공간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꾸민 빈티지한 인테리어에서 소박함이 느껴졌다.

음악가가 쓴 평전과 음악에 관한 △소설 △악보 △에세이 △잡지 등을 모두 보유한 이곳은 모든 책에 띠지가 부착돼 있다. 책에 대한 설명과 그 속의 구절들을 소개해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서점 한쪽에는 관심 있는 음악가의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청음 코너가 마련돼 있다. 잔잔한 재즈 음악과 함께 음악 도서를 읽을 수 있어 이 공간의 특별함을 더한다.

서점은 해가 지면 작은 공연장으로 변한다. 아티스트들의 감성적인 연주를 가까이서 감상하며 그들의 음악 이야기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두워질 무렵, 아늑한 공간에서는 주로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호흡으로 이뤄진 ‘우리만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곳의 목표는 누군가의 페이지 터너(연주자의 옆에서 연주자 대신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가 돼 그들의 라이너 노트를 건네는 것이다. 우리도 이곳에서 우리만의 라이너 노트를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라이너 노트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와 공연 일정은 공식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정서윤 수습기자 kate051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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