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로 얼룩진 세상, 이제는 벗겨내야할 때.
혐오로 얼룩진 세상, 이제는 벗겨내야할 때.
  • 김현중 대학보도부장
  • 승인 2017.11.06
  • 호수 1466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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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쿰척쿰척’, ‘한남충’ 등의 표현을 들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현재 우리 사회는 학생을 ‘급식충’이라 부르고, 노인을 ‘틀딱충’이라 칭하면서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이러한 혐오 표현은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혐오 표현, 과연 이대로 두고만 봐야할까?

이제 우리에겐 익숙한 혐오 표현
편견을 기반으로 특정 집단에 대해 경멸적이고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혐오 표현(hate speech)은 더이상 대한민국에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노인 혐오 △성별에 대한 혐오 △외국인 혐오 △장애인 혐오 등 혐오적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로 매년 등장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혐오가 전세계적으로 만연한 오늘날의 사태를 되짚고, 이에 대한 규제와 대응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갈림길에서
혐오 표현이 만연해지면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내의 공감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양론의 대립은 여전히 뜨겁다. 

혐오 표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이유는 바로 인권 중 기본권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옹호론과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자유주의 가치 속에서 계속 대립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대립하는 주요 쟁점 두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쟁점 1

법적 규제를 했을 때 실효성이 있나?

혐오 표현 규제 찬성 측
이들은 혐오 표현이 소수자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을 키울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나 물리적 공격이 가해질 위험성이 크다고 말한다. 민주적 가치와 평화적 공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규제가 필하다는 입장이며, 혐오 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규제라는 강압적 조치가 혐오 표현에 대항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표현의 자유 옹호 측

이들은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것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들은 혐오 표현 규제가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적대감을 없애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표현에 대해 제한하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의 위축으로 귀결될 것이라 말한다.

쟁점 2

어떤 윤리적 가치가 더 중대한가?

혐오 표현 규제 찬성 측
이들은 혐오 표현이 개인이나 집단의 정신적·신체적 피해는 물론 사회적으로는 특정 집단과의 갈등을 유발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사회 공동의 윤리적 가치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현의 자유 옹호 측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 말한다. 다수가 소수자 집단에 대해 혐오 표현을 하는 것을 규제한다면, 소수가 다수를 향해 발언할 수 있는 표현 또한 규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표현에 대한 규제와 금지가 아니라 표현을 더 많이 함으로써 혐오가 만연한 현상을 극복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 규제는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에 더 이상의 발전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대립하고 있다. 

혐오 표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있는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혐오 표현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위험성이 심각할 정도로 커졌으며, 혐오 표현이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찬반 논의가 있지만, 더 이상 ‘불개입’이 선택지가 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규제의 핵심 논거는 표현의 자유의 ‘예외’가 아닌 차별과 폭력을 막아 표현의 자유를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가 아닌 혐오 표현 규제를 선택했을까? 지금부터  어떤 국가들이 실제로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

EU
유럽의 국가는 다른 대륙의 국가와는 달리 유독 혐오 표현 규제에 적극적이다. 이는 유럽의 특유 역사적 맥락에 기반을 둔다. 독일의 경우,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혐오와 핍박을 반성하기 위해 혐오 표현에 대해 강하게 처벌한다. 최근 독일은 비교적 규제하기 어려운 온라인 혐오 표현에 대해 강력한 벌금 및 처벌 조항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또한 오래 전부터 사회 질서 유지 및 공공복리 증진을 중요시하며 증오 선동 및 혐오 범죄를 법적으로 규제해 왔으며, 혐오 표현을 징역이나 벌금으로 다스리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일본
일본은 지난해 6월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기존의 일본의 경우, 미국과 유럽 국가와 달리 혐오 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재일한국인 혐오 시위로 대표되는 혐오 표현, 혐오 범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심화됨에 따라 규제법을 도입한 경우에 속한다. 

실제로 이 법을 통해 혐한 시위를 금지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도 했고, 연간 120건이던 혐한 시위가 법 시행 이후 30여 건으로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규제법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해소가 시급하고 해당 문제의 해결이 국가적 과제임을 드러내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구체적인 처벌 내용과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한국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헌법 37조 2항에 의거해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정당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헌법 21조 4항에 의거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헌법적 토대는 있다. 하지만 현재 혐오 표현에 대한 어떠한 입법과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UN에서 우리나라에게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증가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혐오 표현 규제의 국제적 동향과 입법과제’ 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규제에 있어 넘어야 할 과제
혐오 표현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해악이 심해지면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규제를 도입하기 앞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혐오 표현’은 감정이 담긴 개념으로 현재 국제 인권법상으로 통일된 정의가 부재하다. 혐오 표현 규제법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 각 국가들도 자국의 역사적 배경과 국가 구성원들로부터 합의된 혐오 표현의 기준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혐오 표현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정의가 없기 때문에 개인마다 생각하는 혐오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해석이라는 것은 객관성과 인과관계, 증거 위주로 진행되지만 혐오 표현 자체의 기준이 없다면 객관적이지 않고 특수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다음은 발언 자체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될 수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현행법 상 혐오 표현이 아무리 그 내용이 혐오를 조장하거나 표현하는 것이라도 그것이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거나 타인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등 사회적 공익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게 된다.  

혐오로 물든 세상, 바꿔야 할 때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여전히 표현의 자유 옹호론과의 대립에 대한 것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혐오’라는 개념의 명확한 정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구색을 갖추기 위한 규제를 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홍 교수는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단 하나의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단 법적 규제부터 시작하되, 사회 각 영역에서의 자율적인 조치들, 그리고 교육 등의 인식 변화의 노력까지 모든 수단들이 적절히 완비될 때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제적 정세에 맞춰 소수자 차별과 집단 간 갈등 등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혐오 표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도움: 이율립 수습기자 dbfflq1225@hanyang.ac.kr

참고 문헌: 
김대연, 김주민, Article 19 ‘혐오표현 해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2015.
혐오 표현[Hate Speech] 규제의 국제적 동향과 입법 과제, 조규범(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2017, 국회입법조사처.
제레미 월드론(홍성수, 이소영 역),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이후, 2017.
홍성수, “사이버상 혐오표현의 법적 쟁점과 규제방안”, 『언론중재』, 140, 2016, 44-57쪽.
홍성수, “혐오표현의 규제: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규제대안의 모색”, 법과사회, 50호, 2015, 287-336쪽.


*자유주의 가치: 개인의 자유, 기본권 및 재산권을 중시하는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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