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들
부재자들
  • 한대신문
  • 승인 2006.05.28
  • 호수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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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7일 새벽, 한양대학교 홈페이지 안산 자유게시판에는 ‘집행위원장’이라는 아이디의 사용자가 올린 글이 게재됐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학교로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한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공지성의 성격보다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의 솔직한 심정이 드러난 글이었다. 그는 늘 걸림돌이 되는 것이 집객의 난제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황을 확신하지 못하며 간절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강연회가 약속된 시각. 필자는 소극장의 텅 빈 객석에서, 학교 온라인 게시판을 전전하며 잠을 못 이루었을 집행위원장의 마음을 목격해야 했다. 심지어는 학생처에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인원보충까지 동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정작 있어야 할 사람들이 不在된 그 장면에는 ‘내일 강연회가 있을 소극장이 작게만 느껴지기를 바란다’던 게시글의 마지막 문구가 오버랩되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추진된 취업관련 행사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선자와 대조적이었다. 학우들의 드높은 요청에 기간연장까지 실시됐다.

이렇듯 학교가 전공지식만 퍼가는 곳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일진대 정치인과 대면한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해볼 수 있는 자리에 不在한 실정이 다시 우리네 모습의 현주소를 일러준다. 그것이 정치적인 면이든 아니든, 우리의 관심이 이해타산적인 부분에 국한되어가는 경향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대학에서 4년동안 강의를 듣는 지성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출 기회에 대한 필요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선거일이 임박했다. 5월 31일에 ‘누구를 뽑을 것이냐’ 대신 ‘어디로 놀러갈 것인갗가 분분한 캠퍼스다. 선거일에 모처럼의 휴식기회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 현실이 어찌 씁쓸하지 아니하다 할 수 있겠는가. 예년까지는 선거철이면 각 단대마다 不在者 투표소를 설치하던 풍경이 있었다. 스스로가 주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주전부리와 마실 거리까지 나눠줘가며 투표를 하라던 학생회의 목청은 터져나가곤 했다. 그나마의 풍경도 올해에는 없음을 학우들은 눈치챘을까. 그 까닭인즉 부재자투표 신청자가 학내에서 2천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정작 신청한 인원은 백여명 남짓이라는 것이라 한다. 허나 이조차 궁금해하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선거권을 찾고자 하는 몇몇 학우들을 위해 상록구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는 하나 여기에서 얼마나 더 큰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선거홍보기간인 요즘, 거리에 난무하는 명함과 대중가요를 패러디해서 틀어대는 노래에 찌푸려 던지는 눈살에 저 후보는 안된다는 타당한 이유라도 부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광고에서 인기연예인을 기용해서 젊은 세대의 구미를 맞추려고 애를 쓰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주권은 각 개인의 것이니 포기하는 것도 자유에 맡길 수 있는 문제이나, 간과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관심 혹은 무관심이라는 기본을 不在시킨 채 취업특강에 목숨을 거는 不在者들의 미래에 건설적인 청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박선영 <국제문화대학·국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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