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회가 만나는 공간을 짓다
사람과 사회가 만나는 공간을 짓다
  • 노은지 기자
  • 승인 2017.11.06
  • 호수 146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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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 건축사사무소 대표 조진만
▲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조 건축가의 모습이다.

건축은 ‘사회를 담는 그릇’이다.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조진만 건축사사무소’ 대표인 본교 건축공학부(95) 출신 조진만 건축가(이 하 조 건축가)는 이러한 건축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다. 사람과 장소와의 공존을 건축 물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는 그 해답을 소통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는 자신의 가치 관을 담아낸 첫 작품 ‘판교 층층마루집’으로 '2015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대한 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건축가가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다양한 문화 속 꽃피는 건축
조 건축가는 부모님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다. 다양한 지역에 살면서 각 지역의 특색을 띤 건축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런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조 건축가는 한국에 돌아와 본교 건축공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이로재 건축사무소’에서 건축의 첫 걸음을 내딛은 그는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런던, 헬싱키 등 유럽에서 수년간 지내며 실무적 경험을 쌓았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지내며 그 환경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 지 관찰할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각 나라 마다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고, 그 특징에 따라 개인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죠.”

문화와 사람이 만나는 공간
그러던 그는 2013년 돌연 귀국해 ‘조진만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어느 날 문득 ‘지금이 아니면 나만의 건축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가진 건 아무 것도 없었지만, 젊은 패기 하나만을 가지고 건축사사무소 설립에 도전했죠.”

조진만 건축사사무소의 첫 건축물은 판교에 위치한 ‘층층마루집’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해외 프로젝트를 하며 그가 고민한 여러 ‘문화적 배경’과, 그 속에 나타난 ‘개인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잘 드러난다. 이 건축물은 3대 가족 8명이 함께 살기 위한 주택으로, 개인적 공간은 물론 ‘마루’를 만들어 공공성과 개방성을 갖췄다. 조 건축가는 공간의 용도가 정해져있어 목적성이 뚜렷한 서양식 아파트와는 달리, 한옥은 마루를 가운데 두고 모든 방이 이어져 개방적이고 집단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층층마루집’의 마루는 이러한 ‘집단성이 짙은 문화’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옥구조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문화 속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는 8명 ‘개인의 삶의 방식’도 고려했다. 이처럼 그는 특정 문화마다 건물이 갖는 특징과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공간을 만든다. “새로운 형식의 주거 공간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 새롭게 연출될 수 있는 삶의 공간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 조 건축가의 ‘판교 층층마루집’의 모습이다. 그는 이 건축물로 '2015년 올해의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했다.

건축에서 소통의 의미를 찾다
조 건축가는 인터뷰 내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축은 협업이기에 시공자부터 투자자까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건물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을 실무를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보여줄 때 음악가는 바로 악기를 연주하면 되고, 미술가도 붓을 들고 바로 그려서 보여주면 돼요. 하지만 건축가는 자신의 생각을 건축을 통해 바로 보여줄 수 없습니다. 결국 사람 간의 소통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거죠.”

이렇게 모든 건축 과정에서 소통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특히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공간의 사용자와 투자자가 모두 시민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지난 2013년 서울시에서 지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를 예로 들었다.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공공건축물인 DDP는 주변과의 조화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지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 건축가는 공공건축물이기에 무엇보다 주민과의 소통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 DDP가 큰 비판을 받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는 보통 국가나 시에서 설계비와 공사비를 입찰을 통해 건설사에 전달해요. 그 예산을 받은 건설사는 설계사와 함께 제한된 금액과 시간에만 집중해 건물을 짓죠. 문제는 그 과정에서 협의와 같은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고안한 것이 바로 ‘서울시 공공건축가’ 사업이다. 공공건축가는 본인의 이익보단, 공익을 위해 시의 공공건축 사업 자문부터 설계까지 참여한다.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면서 ‘소통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조 건축가는 특히 공공건축에서 소통 필요성에 공감했고,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저는 예전부터 건축이 가진 공공성과 그 속에서 필요한 소통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공건축가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기자 참여하고 싶어 발 벗고 나섰죠.” 그가 참여한 서울형 셰어하우스인 ‘두레주택’, 낡은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한 ‘찾아가는 주민센터’는 시민들의 요구를 잘 반영한 건축물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교단에 선 건축가
그는 현재 본교에서 건축학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측은 조 건축가의 풍부한 경험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 역시 건축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론적인 지식보다는 건축가에게 필요한 사고방식, 태도와 같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론과 실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열린 공간에서 작업하며 토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맡은 것도 이 때문이죠.”

▲ 조 건축가가 설계 스튜디오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학생과 함께 의논해가며 연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그는 학생들이 건축의 요소들 중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력을 가진 건축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건축의 필수 요소에는 미적 요소와 실용적 요소가 있어요. 저는 학생들이 의지를 가지고 둘 중 어느 한 요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중심을 잡으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좋은 건축’에 대한 욕심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고집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직사각형에 단조로운 건물, 혹은 꽉 막혀 답답한 아파트 등의 건축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건축물은 사용자나 환경, 혹은 지역과 같은 가치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적은 돈으로 빨리 짓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그러나 기자가 인터뷰를 통해 본 그는 그런 건축을 지양함과 동시에 건축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건축가였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의 가치란 ‘건축으로 완성된 공간으로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이 활기를 띠는 것’이라고 한다. 조 건축가가 건축과 그 속의 사람들, 나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조 건축가는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단 한 명의 나'이므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덧붙여 한양대 학생들 역시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이율립 수습기자 dbfflq1225@hanyang.ac.kr
사진 제공: 조진만 건축사사무소
도움: 정서윤 수습기자 kate051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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