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나아가다
Z세대,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나아가다
  • 김지하 기자
  • 승인 2017.11.06
  • 호수 146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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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마다 향유하는 문화와 소비경향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 손 편지와 함께 선물을 주고받던 X세대와 달리 Z세대는 기프티콘과 짧은 메시지로 마음을 전한다. 어떤 시대적 변화가 생겼기에 소비문화가 이토록 달라진 것일까?

떼려야 뗄 수 없는 ‘소비’와 ‘문화’
김시월<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소비는 지극히 문화적 소산”이라며 “소비자 역시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는 문화적 존재”라고 말한다. 마라톤의 반환점처럼 각 세대의 소비문화에도 변동을 일으킨 문화적 사건이 존재한다. 

▲ 각 세대의 소비문화에 변동을 일으킨 대표적인 문화적 사건들을 정리한 표다.

먼저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 초반에 20대를 보낸 X세대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한 개성적인 신세대’를 대표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X세대의 아이콘으로서 소비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그들의 음반 구매를 넘어 패션, 헤어스타일을 따라 소비하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김 교수는 “어느 사회나 생산을 담당하는 30, 40대가 소비문화를 이끄는데, 서태지의 등장은 10, 20대가 소비문화를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독특한 현상”이라며 “이로 인해 과거보다 소비 중심층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1980년대에 출생해 1990년대 후반에 20대를 보낸 Y세대의 소비문화에선 ‘디지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Y세대는 1990년대에 컴퓨터 보급이 시작되며 컴퓨터 문화의 대중화를 겪은 첫 세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Y세대의 소비문화에서 컴퓨터는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성호<강원대 사회학과> 교수의 도서 「20대의 정체성」에 따르면, Y세대는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문화 코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소비문화의 유지 기간을 단축시켜 유행의 전환 주기가 빨라지는 데 영향을 줬다. 또한 개인주의, 개방주의와 같은 서구적 가치관도 함께 내면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Z세대의 개인주의 소비문화의 초석을 다졌다.

인터넷과 함께하는 Z세대의 소비문화
1990년대에 태어난 Z세대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IT 세대다. 이들에게선 좀 더 심화된 Y세대의 소비문화가 나타난다. 때문에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 불리며 Y세대에 비해 인터넷 소비문화의 직접적 주체로 평가받고 있다.

Z세대 소비문화의 특징은 ‘개인주의’다. 이는 1990년대 후반 Y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접한 서구적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김 교수는 “개인주의 성향은 소비 양상을 집단적 가족주의에서 개인적 자아존중주의로 변화시켰다”며 “특정한 분야에 집중하는 매니아 소비도 개인주의 소비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대사회에 들어오며 심화된 핵가족화와 맞물려, 컴퓨터 한 대로 혼자 누릴 수 있는 인터넷 쇼핑 문화가 개인주의 소비 태도를 심화시킨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정보의 양이 많다는 점이다. 설혜경<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 양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의 할인 정보나 최저가 사이트를 많이 알아보고 구매하는 편”이라며 “특히 SNS는 정보의 회전이 빨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Z세대를 겨냥해 ‘20대 여성이 많이 구매한’, ‘20대 남성이 선택한’ 등의 정보를 쇼핑 메인화면에 노출시켜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마지막은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 의사에 끼치는 영향력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최근 ‘오뚜기’는 심장병 환아들에게 지속적인 기부를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렴한 기업 경영이 화제가 돼 SNS에서 ‘갓뚜기’로 불리고 있다. 이후 편의점업체 씨유(CU)가 “참깨라면과 강서 맥주 등 오뚜기 제품 판매량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70%가량 증가했다”고 밝혀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가 실제 소비자의 구매의사에 영향을 미침이 증명됐다.

소비문화의 주역이 되기 위한 성장통
하지만 Z세대의 소비문화에서 두드러지는 단점이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Z세대가 온라인 페이 서비스를 많이 사용해 특히 금융정보 노출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인터넷 쇼핑몰, 공공기관 등의 안일한 정보 보안 태도에서 비롯될 때가 많기에 근본적인 보안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 사용시간이 많아 SNS, 유튜브 과대광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윤서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 양은 “SNS에서 광고를 본 후 구매했는데, 실제 제품은 질이 좋지 않아 당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장치도 요구된다. 실제로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과대광고와 관련된 소비자 보호 법률의 과징금 개정안을 발표해 처벌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마지막은 군중심리로 인한 충동구매다. 인터넷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제품이나,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판매 랭킹은 다수가 구매한 제품을 나만 갖지 못했을 때 유행에 뒤쳐진다고 느끼게 해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14년 공정위는 소비자가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충동구매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약철회와 관련된 모바일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Z세대는 점점 주도적인 소비 계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곧 소비문화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될 것임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소비를 ‘책임질 수 있는’ Z세대 소비자로 성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
도움: 김시월<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참고 문헌: 정성호. 20대의 정체성. 살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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