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소방관들의 멈추지 않는 눈물
[아고라] 소방관들의 멈추지 않는 눈물
  • 김성재 사회부장
  • 승인 2017.11.06
  • 호수 146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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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재사회부 부장
▲ 김성재<사회부> 부장

우리는 흔히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런 영웅의 현실은 처참하다. 

과거부터 소방관들이 부족한 소방 장비와 임무수행 중 당한 부상 치료를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에 지난달 26일 정부는 모든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정부는 법이 정한 기준보다 1만 9천여 명 정도 부족한 현장 인력을 확충하고, 소방공무원의 종합 치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복합치유센터를 설립하는 등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정부의 발표에 소방공무원들은 열악한 장비와 인력 부족의 현실이 개선된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그러나 그 개선안은 열악한 환경을 완전히 개선하는 대책은 아니었다. 소방 활동에서 발생한 피해액에 대한 피해 보상 소송으로 소방공무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구조 활동을 했음에도 늦게 도착하거나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7월 5일 선박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공무원들이 억대 소송에 휘말린 것을 들 수 있다. 사건 당시 선박 7척은 이미 전소됐고 2척은 절반 정도 소실된 상황이었다. 소화전이 없던 탓에 바닷물을 끌어다 써 간신히 추가피해를 막았지만, 선주들은 소방대의 과실로 1억 4천만 원의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한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화재 진압과 같은 소방 활동을 이유로 소송에 휘말린 사건들의 손해 배상 청구액 및 구상금은 22억 2124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법상의 모순으로부터 비롯됐다. 본래 소방 활동이란 방화 시설, 화재 예방, 소화 작업 및 이와 관련된 인명 구조에 관계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구조·구급과 소방 활동을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는 구조·구급 활동이 불가피하고 중대 과실이 없으면 과실 치사와 치상죄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화재 진압과 소방 활동을 규정하는 현행 ‘소방기본법’에는 이런 내용이 없어 소방공무원들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이를 개정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당장 소송에 휘말려도 업무가 불규칙적인 소방공무원들이 경찰서 출석, 법원 출석을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 심지어 그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피해액을 사비로 변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2015년부터 2년 6개월간 소방 활동으로 인한 기물 파손을 소방대원이 갚거나 변상을 요구받은 사례는 총 54건으로 집계됐지만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을 다투는 소방 현장에서의 소송 부담은 적극적인 구조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는커녕 소송을 당하는 현시점에서 소방공무원들이 마음 편히 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 확립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30일, 소방 활동으로 인한 형사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번 발의가 통과돼 하루 빨리 소방공무원들의 소송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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