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더빙, 누구를 위한 더빙인가
연예인 더빙, 누구를 위한 더빙인가
  • 김지하 기자
  • 승인 2017.10.30
  • 호수 146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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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이름은.」의 한국 개봉 전, 팬들은 우리말 더빙판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예고편이 공개된 후 영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우리말 더빙판을 연기할 성우의 오디션 과정이 불투명 했으며, 배우 지창욱과 김소현의 더빙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가 캐릭터의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하다며 영화 팬들 사이에서 미스 캐스팅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연예인, 왜 성우로 기용될까?
연예인을 우리말 더빙에 성우로 기용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이 있다. 이 영화는 개그맨 신보라와 정태호가 더빙에 참여해 ‘역대 더빙 영화 중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네이버 영화 평점 10점 만점에 1.27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그 외에도 방송인 하하, 개그맨 최효종이 더빙한 영화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도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개그 유행어 남발로 관객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성우를 기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연예인의 인지도를 통한 홍보 마케팅 때문이다. 성우 이용신 씨는 “영화 수입사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더빙에 참여해 관련 기사가 하나 더 쓰이고, 레드카펫 사진이 한 장 더 찍히는 것이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도 포스터와 예고편에 출연 연예인을 등장시켜 영화 자체보다 그들의 인지도를 이용한 홍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명성이 디즈니, 픽사와 달리 높지 않을 때 연예인의 인지도를 통해 홍보 마케팅을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다른 이유는 영화 캐릭터에 대한 친밀감을 단시간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목소리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돼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 이미지가 작품 캐릭터와 비슷한 연예인들의 경우엔 캐릭터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을 크게 줄여준다. 영화 「주먹왕 랄프」에서 덩치 큰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방송인 정준하와 영화 「업」에서 백발 할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이순재는 더빙 당사자가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득’보다 ‘실’이 많은 연예인 더빙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만으로 연예인들을 주연 더빙에 기용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첫 번째는 연기력 문제이다. 논란이 된 세 개의 영화들도 모두 연기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연예인, 특히 드라마, 영화배우의 연기와 성우의 연기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배우는 표정, 몸짓, 음성을 모두 사용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반면 성우는 ‘목소리’만으로 등장인물의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화면 속에서 걷고, 달리고, 멀어지는 등의 장소 변화까지도 목소리로 나타낸다. 이에 대해 성우 이 씨는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에 목소리를 ‘잘’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판을 받는 더빙은 대부분 이 점을 간과했을 것이고, 그 점이 관객들에게 괴리감을 줘 더빙영화 시청의 몰입을 방해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말과 타 언어는 말하는 입모양이 다르기에  이 부분도 섬세하게 맞춰야 한다. 성우 이 씨는 “영어나 일본어 대화는 발음의 강조점, 입길이, 입이 벌어지는 부분까지 우리말과는 모두 다르다”며 “이러한 차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하면서 캐릭터의 정교함을 살리는 것은 더빙 전문가도 어려운,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목소리 덮어씌우기’ 식의 더빙은 연기력 비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연예인 더빙에서 연기력 문제는 원작 영화의 가치까지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영화 관객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이다. 영화 관람료를 지급한 관객들은 자신이 지급한 가치만큼의 완성도가 있는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 하지만 미숙한 실력의 더빙으로 인해 제작된 완성도 낮은 작품은 이러한 관객의 권리를 크게 침해한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미숙한 우리말 더빙 실력으로 인해 관객들이 영화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문화 향유권’이 침해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 향유권은 실사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말 더빙 영화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제작사에서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을 인지도 때문에 기용해 더빙의 질을 낮추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은 출연료 결정 기준을 더빙 실력보다 대중적 인지도로 삼는 경우다. 이는 출연료 지급 기준이 합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데, 성우가 비교적 실력이 좋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냄에도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영화 「새미의 어드벤처2」를 더빙한 아이유가 출연료로 약 1억 원을 받았다고 전해져 출연료의 적정성 논란이 있었다. 보통 성우들이 몇 백 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에 비하면 이는 지나치게 큰 액수이다. 성우 이 씨는 “더빙 결과물만 놓고 볼 때 출연료 차이는 성우들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며 “더빙에 있어서 대중적 인지도가 이러한 격차까지 감수해야 하는 요소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약은 약사에게, 더빙은 성우에게
문화평론가 김 씨는 “요즘은 영화 더빙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더빙에서도 연예인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단지 대중성이 높고 팬층이 두텁다는 이유만으로 함량 미달의 콘텐츠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성우 이 씨에 따르면 전문 성우가 아닌 연예인들이 더빙 전 단기간 트레이닝을 받아도 업계에 10년 이상 종사한 전문 성우들만큼 해내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렇기에 더빙과 같은 전문 영역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문화평론가 김 씨도 “기본기나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빙에 참여해 함량 미달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전문 성우 더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중성만을 좇는 연예인 더빙을 줄이고 전문 성우 기용을 통해 콘텐츠 질의 향상을 추구할 때 비로소 더빙 산업의 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이용신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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