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사람 무는 개는 죽여야 한다?
[장산곶매] 사람 무는 개는 죽여야 한다?
  • 한소연 편집국장
  • 승인 2017.10.30
  • 호수 146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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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연<편집국장>
▲ 한소연<편집국장>

맹견에 의해 사람이 죽어, 나라가 떠들썩하다. 법률 제정이나 환경 조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상황에, 사람 무는 개는 복날 개 패듯 패버려야 한다거나 죽여 버려야 한다는 저급한 주장만이 배설되고 있다. 이는 단순 보복성에 그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그렇게 단편적인 보복성 처벌에만 집중한다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 엄중한 ‘책임감’을 심어주는 법 제정 같은 것들로 말이다.

일본에 갔을 때 우연히 반려동물 용품 판매장에 들렀다. 그곳은 나름 규모가 커 분양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때 그 나라의 강아지 분양가를 보고 놀랐는데, 대략 200~300만 원 정도였다. 혈통 좋은 견종인지 모르겠지만 ‘말티즈’, ‘푸들’ 같이, 작고 온순해 키우기 좋아 인기가 많은, 한국에서는 소위 ‘국민 견’이라고 불리는 종들이었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견종을 분양받으려면 평균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일본과 한국의 분양가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300만 원이나 지불하고 분양을 받더라도, 강아지 체내에 인식표를 넣지 않으려는 사람은 분양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분양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고, 이 높은 장벽을 뚫고 반려견을 입양한 사람은 그만큼의 책임감이 자연스레 생길 터이다.

독일, 스위스 같은 유럽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의 국민 역시 돈만 있다고 동물을 키울 수 없다. 개들의 사나운 습성을 없애기 위해 ‘브리더(Breeder: 사육자, 품종개량자)’들이 부모 견을 선택해 짝을 맺고 번식시킨다. 현대도시의 주거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개의 종자를 선택하고 번식시키는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어난, 사나운 습성이 유전적으로 약해진 동물만을 입양시키는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 

또한, 나라에서 입양, 동물 구조 등을 책임진다. 독일은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동물 보호소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전국에 약 520개이다. 시 단위로 운영되고, 그 외에 동물을 위한 여러 복지 정책이 시행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개 세금’을 걷는다. 라이프치히의 경우 1년에 마리 당 한화로 12만 원가량의 세금을 내야하며, 추가로 분양받게 된다면 마리당 약 26만 원씩 추가된다. 천성적으로 공격성이 강한, 사냥개와 같은 품종의 경우 마리당 약 107만 원가량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사람에게 자못 위협적이어서 주인의 관리와 책임이 더욱 각별히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금 탈루 역시 불가능하도록 법 제정이 돼있다. 반려견이 태어나면 반드시 수의국에 등록을 하고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만약 등록을 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조세 포탈죄로 처벌을 받는다.

분양을 받기까지의 절차도 깐깐하다. 반려동물의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 따지는 것이다. 가령 집을 자주 비우는 독신자는 분양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분양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는 아이를 집에 오래 방치하는 것이 학대이듯, 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단다. 이러한 일련의 제도들은 개를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자연스럽게 개를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견주가 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로 작용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동물보호소 수는 전국 통틀어 손에 꼽는다. 이마저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전무하다. 그렇다고 견주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도 않다. 아직도 전통시장에서는 돈 몇 푼이면 동물을 ‘살 수’도 있다. 동물을 소유물로 인식하고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아무 고민 없이 분양 받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외로움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됐거나, 돈이 들고 손이 많이 가 골칫거리라고 생각되면 길가에 버린다. 익히 알고 있듯, 한국의 유기견 문제는 심각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무책임의 결과일 터이다.

권리행사엔 책임이 따르기에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한 제도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시민 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 작용한다. ‘반려견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처럼 말이다. 한국 역시 주인에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동물 분양 기준을 엄격하게 해 진입장벽을 높여야 하며, 반려 인구에게 ‘개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한다. 필요에 따라 동물과 주인 둘 다 적절한 교육 이수를 하지 않을 시 벌금을 묻는 제도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개를 패거나, 죽이는 것과 같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벌은 그다지 건설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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