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기본, 그리고 방향
[교수칼럼] 기본, 그리고 방향
  • 류근<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
  • 승인 2017.10.15
  • 호수 146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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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


요즘 학교와 정부 모두, 취업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교육은, 혹독한 입시 경쟁을 거쳐 대학에 와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강조한다. 잘 먹는 것은 알겠는데 과연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 교육은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인생의 진리가 무엇인지 정답은 줄 수 없을지라도 고민은 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학생들을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가르치고 있는 나조차도 학창시절 학교에서 이런 것을 배운 적이 없고 관심을 가지라고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배운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사회의 권력구조와 달라야 한다. 현실은 슬프게도, 학교에서 조차 이 “사회의 논리”인 권력과 서열, 정치 논리, 줄세우기가 그대로 적용되고 강요된다. 그런데 이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이것을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인다. 학교 공동체에 소속된 이들이 학교의 교육 및 운영 철학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가? 캠퍼스를 최소한 4년 이상 거닐고 다녀도 우리 학교의 건학이념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 학교에 발을 딛고 있는 모두는, 누군가가 세운 기준을 따라, 끝없이 달리고, 줄세우기를 한 후에 등수가 매겨진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왜 그렇게 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명해 달라는 사람도 없다. 앞서 말한 이 “사회의 논리”는 지치고, 넘어지고, 뒤쳐진 사람을 더 빼앗고, 더 기회를 박탈하고, 더 비하하여 무능력한 사람으로 규정하여 그 무리에서 배제하려 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그 무리를 더 강하고 탁월하게 만든다고 여기고 그것을 당연한 가정이라고 말한다. “성과”와 “결과”만을 칭찬하고 격려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으로 돌아가자. 근본으로 돌아가자. 문제가 있으면, 아픈 사람이 있으면, 지친 사람이 있으면, 뒤쳐진 사람이 있으면, 왜 그런지 돌아보자. 공부를 왜 하는지, 학문에 정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자. 건학 이념인 “사랑의 실천”이 무엇인지,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그것을 학교 운영, 학사 운영, 행정 운영, 학생 지도를 포함하여 학생들 사이의 캠퍼스 생활과 교수-교직원-학생들 사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적용해 보는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보다 더 깊이 고민해 볼 것은, 학생들에게 교수님들은 진짜 스승인가? 그리고 교수님들에게 학생들은 진짜 제자인가? 어쩌면 우리는 그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그것을 건들면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대학이 우리 사회의 기본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고 있다. 대학 마저 기본과 진리에 관심이 없으면 우리 사회에 이것에 관심을 가질 공동체는 없다. “먹고 살기”와 “생존의 법칙”을 논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고 그것이 어느 “길” 위에 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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