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영상으로 뇌 속 손금 보듯, ‘퓨전영상시스템’
입체영상으로 뇌 속 손금 보듯, ‘퓨전영상시스템’
  • 이지경 수습기자
  • 승인 2006.05.28
  • 호수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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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가천의대·뇌과학 연구소> 연구소장

인체의 모든 기작을 책임지고 있는 뇌. 하지만 뇌는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PET를 개발하고 현재 뇌영상촬영기구 분야의 세계의 석학이라 불리는 조장희 박사를 만나 현재 개발 중인 퓨전영상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주 >

▶최근 개소한 세계 최대의 뇌과학 연구소에 대해 소개해달라

가천의대 50주년을 기념해서 세계 최고의 뇌과학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6백억을 투자해 지었다. 여기에는 현재로서 가장 발전해 있는 PET기계인 HRRT와 7.0T의 MRI를 보유하고 있고 지금은 이 두 기계를 합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상 5층 지하 2층으로 된 연구소는 현재 40여 명의 의사·물리학자·생명과학자·전자공학자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왜 뇌영상 연구가 중요한가

뇌는 모든 것의 기본이 되지만 제일 모르는 것이 뇌이다. 이전까지는 산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화학적인 변화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2천 년대에 들어서서 컴퓨터·유전학·영상 등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포수준의 뇌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뇌 속의 신경전달 물질이 잘못 작용하면 뇌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 뇌 영상 촬영장치는 신경전달물질인 효소·호르몬 등의 기작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준다. 인간의 마지막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뇌 연구에 있어 뇌영상 연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개발중인 PET(양전자단층촬영기)와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결합한 차세대 뇌영상시스템인 퓨전뇌영상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뇌 영상 촬영장치는 CT - PET - MRI - fMRI - PET/CT 순으로 발전해 왔다. 이 다음은 PET/MRI가 될 것이다. 현재 나와있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는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또 PET(양전자단층촬영기)는 분자단위의 관찰이 가능하다. 특히 PET를 사용하면 뇌에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는 부분이 MRI보다 훨씬 더 잘 드러난다. 이러한 두 기계를 합친다면 분자 구조적 세포관찰이 가능해질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는 MRI와 PET를 두 개의 연결된 방에 설치하고 이 방 사이에 레일을 설치했다. MRI를 찍은 후 레일을 통해 이동한 후 PET촬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퓨전뇌영상시스템이다.

▶현 퓨전영상시스템 개발에 있어서 주요 난관은 무엇인가

MRI의 자장이 너무 세기 때문에 차폐를 해야 한다. 이를 마그네틱 실드라고 부른다. 여태까지 MRI의 자장이 너무 강했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우리가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실드에 사용한 철판의 양은 5백t에 달하고 그 두께만 70cm이다. 이를 설치하는 데만 비용이 20억원 들었다. 이 실드는 폭탄을 투여했을 때 부서지지 않는 유일한 실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파인애플과 같은 것을 찍어보면서 임상실험이 허락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CT, MRI는 많이 알려져 있으나 PET는 최근에서야 상용화 중인 이유는

CT를 개발한 코멕박사는 16년이 지나서야 인정받았고, MRI를 개발한 폴 러터버박사는 30년, NMR을 개발한 어니스트박사는 28년이 지나서야 인정을 받았다. PET가 상용화 되는 것도 30년이 걸렸다. 내가 개발한 PET도 개발 당시 64개에 불과했던 방사선 탐지기가 현재 1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과학이 진보했다는 증거다. 학문이란 것은 시간이 걸리고 끊임없는 재발견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현재까지 쓴 논문만 해도 2백여 편이다. 연구를 진행할 때는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쓰일지 잘 모른다. 그저 내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의료영상기기 개발에 있어 우리나라의 가능성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은 연간 133억, 프랑스 연간 20억, 독일 연간 21억. 세계 선진국들이 한 해 동안 의료영상기기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예산액이다. 우리나라는 한해 7억 원을 여기에 투자한다. 하지만 GDP당 투자액은 세계 최고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있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또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은 아니더라도 많이 앞서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벨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리고 타고 싶다 해서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약간의 운도 따라주는 것이기도 하고 기회가 닿으면 주어지는 것이 노벨상이다. PET를 개발한 것이 뇌과학에 공헌하고 남에게 유익을 주며 내가 즐겁다면 되는 것 아닌가. 매일 매일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것들에 관심을 줄만 한 여유도 없다.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달라

과학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해간다. 기계공학에서 전기·전자 통신으로 발전했고 생명에 이어 DNA·인체 유전을 거쳐 바이오사이언스로 발전했다. 앞으로는 공학과 생명을 물리와 생명을 융합하는 과학으로 발전해 나갈 것임으로 이에 대한 준비를 하기 바란다. 자신의 일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면 먹고사는 것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이상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어설명
- CT(Computer Tomography, 전단화단층촬영장치) : 인체내부를 단면으로 잘라내어 영상화하는 장치. 조직의 세밀한 기록과 3차원 영상제작이 가능하다.
-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단층촬영장치) : 양전자가 방출하는 감마선이 검출기에 인식돼 영상화하는 장치. 각종 질병의 이전 과정 관찰이 가능하다.
- MRI(Magnetic Resonance Imagine,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 : 신체부위에 있는 수은핵을 공명시켜 각 조직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영상화하는 장치. 인체에 무해하고 해상도가 뛰어나다.
- PET/MRI(퓨전영상시스템) : MRI와 PET의 장·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두 기계를 연결한 것. 높은 해상도로 뇌세포의 기능 및 분자과학적 변화과정을 3차원 영상으로 포착해 뇌질환의 조기진단과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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