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사랑한 영화감독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사랑한 영화감독
  • 노은지 기자
  • 승인 2017.09.25
  • 호수 146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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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임순례
▲ 인터뷰 중인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이하 임 감독)의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그녀의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사회와 사람, 더 나아가 모든 생물을 진솔하게 담고자 한다. 기자는 영화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임 감독에게 영화 철학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방황 끝에 찾은 꿈
임 감독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녀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를 버티지 못해 자퇴했고, 그 후에도 뚜렷한 목표를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본교 영어영문학과에 가까스로 입학했지만, 그마저도 취업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 그녀의 삶에 낙이 되진 못했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던 임 감독에게 우연히 접했던 프랑스 예술 영화들은 그녀의 무미건조한 삶을 활기차게 만들었다. 할리우드와 홍콩 영화가 양립하던 당시 상업영화에선 느낄 수 없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를 관객의 입장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죠.”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임 감독은 과거에 비해 좀 더 적극적인 삶을 살게 된다. 대기업 취직, 동 대학원 진학 등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택하기 보단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영화과 대학원에 진학한다. 비록 대학원 생활은 그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녀는 영화감독이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원에서의 실패에 낙담하지 않고, 그녀는 영화를 배우기 위해 파리 유학을 떠난다. “파리에서는 전 세계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유학을 결심 했어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영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유학생활 4년 간 무려 1,000여 편의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한 감각을 익힌 그녀는 석사 학위를 성공적으로 취득했다. 파리 유학 생활은 임 감독의 ‘영화 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 임 감독이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녀는 영화를 만들 때 따뜻한 감성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담으려 노력한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
임 감독은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통해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넓게 보길 원한다. 그래서 그녀는 대중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보여주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부터 핸드볼이란 비인기 종목을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그녀의 영화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이런 임 감독의 영화 철학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저는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애정이 생겼고,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겪는 모순과 불평등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그런 생각들을 영화에 많이 반영하고자 노력해요.”

임 감독은 앞으로도 한국 사회,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다룬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녀는 사람들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든 영화감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는 동물이나 자연, 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인정해야 해요. 그런 모습이 제 영화를 통해 널리 전파됐으면 좋겠어요.”

▲ 임 감독은 ‘카라’ 대표로서 지난 6월 22일, 국회에서 '식용 개농장' 실태조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밖에도 그녀는 동물 권리 보호를 위해 1인 시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동물 보호를 외치는 영화감독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성공한 영화감독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인 일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하다. 카라는 대한민국의 모든 동물의 권리와 복지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로, 그녀는 올해로 8년 째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팔려가거나 잡아먹히는 개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항상 그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죠. 언젠가 그 빚을 갚겠다는 생각했고, 카라의 대표로 활동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임 감독은 동물의 권리 역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저는 모든 생명은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생명은 그 자체로매우 소중하고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그녀의 자세가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성찰하며 ‘윤리적인 소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비를 할 때, 동물이 고통을 받는지 생각을 하며 보호를 실천 해나가면 돼요. 동물 쇼를 보지 않고, 모피를 이용하지 않은 옷을 사는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임 감독은 카라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생명’의 범위를 인간에서 동물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도 커지고, 다채로워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폭넓은 사고는 그녀의 본업인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됐다. 그녀는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동물과 그들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임 감독은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따스한 눈빛으로 기자를 대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고양이에게도 역시 같은 눈빛이었다. 이처럼 그녀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누구든 말이다.

▲ 임 감독이 자신을 표현한 단어인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은 마음을 어떻게 갖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뜻이다. 그녀는 사람에게 있어서 마음이 중요한 매체라고 늘 생각한다고 한다.

사진 이화랑 기자 ghkfkd0801@hanyang.ac.kr
사진 출처: 맥스무비,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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