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해외여행, '호갱이'가 되는 것보다 낫다
[장산곶매] 해외여행, '호갱이'가 되는 것보다 낫다
  • 한소연 편집국장
  • 승인 2017.09.25
  • 호수 146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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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연<편집국장>
▲ 한소연<편집국장>

긴 연휴를 앞두고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들에게 내수 진작을 운운하며 질책하는 글이 곳곳에 보인다. 국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이는 곧 ‘*호갱이’가 되는 지름길인데, 그 마음을 몰라주니 섭섭하다.

며칠 전 강원도 속초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동해 근처인지라 바닷가에 갔는데, 도착하니 물회가 먹고 싶어졌다. 이왕 먹는 김에 맛집을 골라 찾아갈까 싶었으나, 맛집을 굳이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물회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혹은 ‘위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하는 생각이 들어 눈에 보이는 음식점 밀집 구역 아무 데나 찾아갔다. 근처에 도착하니, 대부분의 음식점이 음식의 판매 가격을 표기하지 않아 식당 외부에서는 음식 메뉴와 가격대를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주인에게 물회의 가격을 물었는데,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일단 들어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호갱이가 되기 싫어 굴하지 않고 수차례 가격을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순간 눈알을 굴리더니 “한 그릇에 2만 원인데, 싸게 해줄게”라고 답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은 바가지요금 심하다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차하게 손님을 잡으려는 주인을 뒤로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에서는 돗자리를 가지고 가도 모래사장에 맘대로 펴 앉을 수 없다. 실제로 KBS의 보도에 따르면 한 해수욕장 상인이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려는 피서객에게 “우리도 돈 내고 허가받은 자리니 이용할 수 없다”며 강제했다고 한다. 계곡도 마찬가지이다. 계곡으로 놀러 가 평상에 앉으려고 하면 음식을 필수로 시키지 않거나 몇만 원씩이나 하는 자릿세를 내지 않으면 평상에 앉을 수 없다고 내쫓는다. 지난 8월 한 음식점에서는 백숙 한 마리를 9만 원에 팔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관광지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국내 여행객은 쉽게 호갱이가 되곤 한다. 때문에 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항공편 할인도 그렇고 이것저것 따져보면, 바가지요금을 내며 ‘봉’이 되느니 오히려 해외여행이 싸고 마음 편하다는 게 그 이유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외국으로 여행가는 행위를 질책하는 글이 곳곳에서 보인다. 내수 진작에 힘을 보태야 함에도 해외여행을 가, 국내 경제 활성화에 하등 좋을 것이 없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런 것이 실제로 관광적자는 지난 8월, 17조 원에 육박했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은 31조 원이고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돈은 14조 원이라고 하면 조금 더 체감할 수 있겠다. 

그러나 관광적자가 최고치라고 해도 이 문제를 내국인의 탓으로 호도하며,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곤란하다. 방한 외국인 감소 원인은 익히 알고 있듯,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의 기피 대상국이 된 이유 하나와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관광 한한령(限韓令)이 6개월간 지속된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는 내국인이 증가한 이유는 관광지 상권의 잇속만 챙기려는 행태가 주원인일 것이다.

다음 주면 최장 10일의 추석 연휴 기간이 시작된다. 각종 매스컴은 긴 연휴 탓에 해외로 여행을 가는 여행객 수가 명절 기준 역대 최고치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는 그 수가 13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관광업계는 지난 20일, 추석 연휴 기간 동안의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가 지난 연휴의 두 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준 업계 1·2위 여행사인 ‘하나투어’, ‘모두투어를 통해 빠져나가는 여행객만 22만 명이 넘었고, 항공사 주요 노선 예약률도 90% 이상을 기록했다고 한다.

역대 최고치에 달하는 해외여행자 수에 정창수<한국관광공사> 사장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내국인의 외국 여행 숫자가 방한 외국인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내 관광 활성화와 콘텐츠 강화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국내 관광 활성화’와 ‘콘텐츠 강화’에 관광지역 상권이 줄곧 행하는 ‘부르는 게 값’인 행태에 대한 깊은 고려가 담겨 있길 바란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최고의 방안은 ‘다시 여행 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호갱이: 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판매자는 ‘호갱님’이라고 하고 소비자들은 ‘호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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