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칼날을 날카롭게 벼려 심장을 찌르라
[독자위원회] 칼날을 날카롭게 벼려 심장을 찌르라
  • 전승현<언정대 정보사회학과 14> 군
  • 승인 2017.09.25
  • 호수 146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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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59년에 창간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대신문은 단순한 대학지로 치부하기에는 그 무게와 깊이가 비범하다. 오랜 기간을 거쳐 오늘의 제1462호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온 한대신문 구성원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된 조직의 장점은 깊은 전통에 뿌리를 둔 안정성이다. 뿌리가 깊은 조직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처럼 단점이 되기도 한다. 쉽게 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기사가 사회의 특정 부분을 칼로 도려내 부각키는 것이라고 했을 때, 핵심은 ‘날카로운 칼’로 ‘적절한 곳’을 도려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대신문의 기사가 자칫 관습에 사로잡혀 무딘 칼로 껍질만 긁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내보도면의 기사들은 사실을 토대로 구성된 알찬 기사다. 교내에서 일어난 일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흠잡을 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한대신문이 관보와 같은 소식지가 아닌 ‘교내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독자 입장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 1면의 지하주차장 조성 소식이 2면의 기숙사 주변 지반침하 문제보다 더 중요한 내용인가는 가치판단의 문제로 넘기더라도 두 기사 모두 한 걸음 더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1면의 지하주차장 기사에서는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타당한 주장이지만 이처럼 일반적인 주장도 없을 것이다.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을 보다 깊게 팠다면, 가령 관리처와 총학생회 간의 소통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짚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2면도 ‘안전불감증을 경계하고 안전 점검을 확실히 하자’는 일반론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기사에서 ‘시설팀의 늑장 대응’과 같은 행정편의주의의 면모가 보이는 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을 파헤치지 못하고 일반론으로 귀결된 것은 다소 허탈해지는 부분이다.

이어지는 사회면의 생리대 유해물질 기사와 문화면의 ASMR, 기획면의 채식주의자 기사 모두 적절한 흐름과 논리적 안정성이 돋보이는 알찬 기사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범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범적인 기사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훌륭하다. 하지만 기자의 사유와 한대신문만의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광장면의 아고라는 대체로 정부비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평소 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보지 않고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형화된 면이 있다.

물론 이런 기존의 모범적 틀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기사분량부터 취재환경까지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대신문이 언론지이기에 관습적 틀에서 벗어나려는 도전을 이어 가야 한다고 감히 말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칼날을 날카롭게 벼려 심장을 찌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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