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아픔' ,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깔창 생리대 아픔' ,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안치형 기자
  • 승인 2017.09.10
  • 호수 146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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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사용한다는 여중생의 이야기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후, 신발 깔창 또는 두루마리 휴지를 대체품으로 사용하거나 생리 기간이면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는 제보도 속출했다. 이러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의 사연들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내게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전적 지원은 해당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된다.

독과점에 따른 생리대 가격 논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리대값은 개당 331원으로 일본·미국(181원), 프랑스(218원), 덴마크(156원)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비싸다. 생리대 가격이 타국보다 고가로 형성되는 주원인으로 기업의 독과점 구조가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대체재를 사 그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지만, 생리대의 경우 가격이 오르더라도 대체재가 없다는 사실이 독과점 시장의 형성과 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깨끗한 나라 △한국피앤지(P&G) 등 4개 업체가 90% 이상의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 이는 OECD 주요국가의 생리대 평균 가격이다.

이 중 생리대 시장의 57%를 점유하는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 인상에 앞장섰다. 과거에도 유한킴벌리는 원재료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3년마다 정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는 ‘원재료 가격상승과 기술적 요인’ 때문에 생리대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분석한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2010년부터 2016년 4월 사이 펄프 수입물가는 29.6% 포인트, 부직포는 7.6% 포인트씩 각각 내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킴벌리의 결정으로 나머지 경쟁 업체가 업계 1위의 가격 인상을 따라가는 이른바 ‘도미노 인상 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0.6%p 상승했지만, 생리대 품목은 같은 기간 25.6%p 상승해 생리대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생리대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화장지(5.9%)나 기저귀(8.7%)보다도 2.9~4.3배 높은 수치다.  

정부가 생리대를 생활필수품으로 보고 2004년부터 10%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지만, 생리대 업체들은 당연한 혜택인 듯 마냥 소비자의 본질적인 요구인 ‘가격 인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제도 마련 시급
작년 10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생리대 가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정감사장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최규복<유한킴벌리> 대표는 생리대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심상정 전<정의당>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합리적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재찬 전<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생리대 업체들의 가격 인상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별다른 제재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도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공정위가 규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 소외가정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의 여학생은 전국 약 10만 명이다. 또한, 한쪽 부모만으로 이루어진 한부모 가정이 약 23만 가구이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경우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주거비, 식자재비, 교통비 등 의식주 관련 필수 품목의 지출이 우선되면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부족한 것이 현 실정이다.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국회의 생리대 지원 예산 추가 편성, 기업의 기부 및 캠페인 진행 등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하지만 고가의 생리대 가격을 규제할 제도적 근거 등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 이수연<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생필품인 생리대 가격에 부담을 느끼지만 이를 치부로 생각해 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생리대 가격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박사는 “요즘처럼 난임과 불임 사례가 많은 현실 속에서 여성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생리대에 대한 세금을 낮추거나 생리대를 값싸게 공급한다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공정위의 생리대 가격 인하와 저소득층 가정 여학생을 위한 제도적 발판 마련이 시급하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도움: 이수연<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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