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km, 나눔의 레이스를 달리다
250km, 나눔의 레이스를 달리다
  • 노은지 기자
  • 승인 2017.09.10
  • 호수 146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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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울 산업융합학부 학생
▲ 인터뷰 중인 김채울 양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마라톤이야말로 인생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채울<산업융합학부 16> 양(이하 김 양)의 마라톤은 그녀의 ‘베푸는 삶’을 잘 보여준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그녀는 지금도 목표를 향해 ‘나눔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운명을 뒤흔든 장면을 만나다
김 양은 아침엔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장인으로, 저녁엔 본교 산업융합학부 학생으로 생활하는 이른바 ‘직대딩’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는 2014년, 직장에서 후원하는 ‘제2회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 3종 대회’의 봉사단을 모집하는 공고를 봤다. 참가비 전액이 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되는 이 대회에 김 양은 단순한 호기심이 생겨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우연히 참여한 대회에서 그녀는 그녀의 운명을 뒤흔든 장면을 만났다. “희귀병을 가진 은총이의 아버지께서 은총이를 보트에 태워 수영을 하다가 수레를 연결해 사이클을 타고, 휠체어와 함께 달리며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 순간 저는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죠.”

은총이 부자의 모습에 감명 받은 그녀는 그들과 비슷한 장애 아이와 그 가족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 운동 매니아가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김 양은 같은 대회에 자원봉사자가 아닌 선수의 자격으로 출발점에 서게 된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뒤바뀌었다고 말한다. “이 대회는 저에게 ‘기부’와 ‘운동’의 즐거움이란 것을 알게 해줬어요. 그리고 그 즐거움을 남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졌죠.”

“저와 함께 사막을 달려주세요”
두 번의 철인 3종 대회를 통해, 김 양은 어린이재활병원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어린이들의 신체장애는 조기 치료 시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을 갖춘 국내 어린이재활병원은 단 한 곳밖에 없고, 그마저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어린이재활병원의 실태를 알리고자 하던 찰나, ‘사막 마라톤’과 ‘크라우드 펀딩’을 함께 진행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막 마라톤’을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을 받는다면 병원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60여 명의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했고, 그 결과 목표였던 250만 원보다 3배 정도 많은 약 750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그녀는 “많은 참여가 있을 수 있던 이유는 ‘진실함’이라고 생각해요. 블로그를 통해 예전부터 꾸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죠”라며 “그걸 보고 많은 분이 저의 진심을 느끼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김 양은 일주일 간 후원자들의 이름표를 단 배낭을 메고 250km의 사막을 달렸다.


성공적인 모금 활동을 한 김 양은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중 하나로 불리는 ‘사하라사막 마라톤 대회’를 목표로 다시 한번 도전을 시작했다. 이 대회는 사막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일주일 치 식량과 장비를 모두 배낭에 넣고 하루 10시간 이상, 총 250㎞를 달려야 하는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닌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한 대회였고, 회사 일과 공부, 그리고 학생회 일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그녀에게 준비 과정은 특히 순탄치 않았다. “돈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사막 마라톤을 위해선 많은 훈련 시간이 필요하지만, 회사와 학교 일이 끝나면 오후 11시였죠. 그래서 새벽 수영을 가거나 1시간 30분씩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훈련했어요.”

만반의 준비를 마쳤던 김 양에게, 사막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1kg이 넘는 배낭 때문에 팔이 올라가지 않기도 했고, 뜨거운 햇빛 때문에 팔 전체가 물집으로 뒤덮이기도 했다. 1년 전, 운동을 하다 크게 다쳐 수술했던 무릎은 대회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김 양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저 혼자 아무것도 없이 왔다면 완주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저를 믿고 모금에 참여해준 분들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완주를 해낸다면 그들도 용기를 얻을 것이라 믿었죠.” 비록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단순히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값진 결과였다. “옛날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프로젝트가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되니까 정말 뿌듯했어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 자체도 행복한데, 저를 믿고 후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이 계셔서 더 행복했어요.”
 

▲ 지난 5월 22일, 김 양은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모금 받은 돈을 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했다.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장을 향해
사막 마라톤은 그녀에게 ‘노력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 자신감을 가지고 김 양은 앞으로도 기부와 운동을 합친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기부와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접목시키자 기부가 더욱 쉽고 즐거워졌어요. 그래서 저는 운동을 통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어요.” 동시에 그녀는 학생들이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는 기부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기부에 참여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 양의 블로그에 적힌 버킷리스트는 ‘국내 3대 마라톤 완주’부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재능 기부하기’까지 90개가 넘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 많은 버킷리스트를 단순히 작성하는데 끝내지 않고 모두 이뤄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 그녀의 버킷리스트 마지막 장은 아프리카에서 사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며 그곳에서 살고 싶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제 목표였어요.”

기자가 본 김 양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닌, 주변 이웃을 돌아보며 그들과 함께 달리고자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서 기자는 김 양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김 양의 친구들은 그녀를 ‘터미네이터’라고 부른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끝없는 도전 의식을 가진 그녀는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속 주인공 같았다.


사진 이화랑 기자 ghkfkd0801@hanyang.ac.kr
사진 제공: 김채울<산업융합학부 16>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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