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사드’ 정책, 화를 더 키웠다
오락가락 ‘사드’ 정책, 화를 더 키웠다
  • 김도렬 사진·미디어부장
  • 승인 2017.09.10
  • 호수 146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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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드 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제 6차 핵실험으로 인해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지난 7일 사드 임시 배치를 완료하면서다. 작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지 14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정부는 보수·진보 양측에서 공격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보수 야당들은 조금 더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전까지 사드 배치에 적극적이지 않던 정부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진보 야당들은 그들과 함께 사드 반대를 외치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사드 특위’를 구성하고, 당대표까지 사드 배치에 앞장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던 여당도 정부의 입장 변화에 맞춰 ‘사드 불가피론’으로 당론을 바꿨지만, 그로 인한 당내 불만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사드 정책을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뒤집는 과정에서 정부와 집권 여당은 그들의 안일함을 보여줬다. 결국 핵실험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야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꾼 것은 다시 말해, 극한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 반대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보 정책은 정부의 일관된 ‘안보철학’과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는 ‘정책의 치밀성’이 동시에 갖춰질 때 빛을 발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사드의 효용성과 안전성에 대해서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정부와 여당이 북한의 잇단 도발 후에야 말을 바꿨다. 그 말은 결국 작년 사드 논란을 정쟁으로 판단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사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로 인해 몸이 튀겨질 것 같다’ 등 사드에 부정적인 가사가 담긴, 이른바 ‘사드 괴담송’을 부르며 춤까지 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입장 변화에 맞춰 입을 따라 닫는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그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진정성을 크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들이 전 정부의 사드 논란에 있어 가장 크게 비난했던 절차적, 외교적 실패는 현 정권에서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사드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년이 넘게 걸리는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인해 사드를 임시 배치하며 사실상 과정의 투명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원만하게 풀겠다고 자신했던 중국과의 관계도 작년 이맘때와 결과적으로도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이는 적폐 청산을 말하며, 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 했던 문재인 정부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으로 공자(孔子)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을 역설한 데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2000년 전부터 ‘신뢰’는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정치인은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사드 배치 논란을 교훈 삼아 적어도 국가의 경제, 국민의 안보와 직결되는 현안에 관해서는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도록 좀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특히 촛불정부라 자칭하는 현 정부는 그 말의 뜻처럼 좀 더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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