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낙하산 인사, 공영방송을 망치는 주범
[기자사설] 낙하산 인사, 공영방송을 망치는 주범
  • 한대신문
  • 승인 2017.09.02
  • 호수 1461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대 공영방송사 ‘KBS’와 ‘MBC’의 노조가 이달 4일자로 연대총파업을 시작한다. 이들의 동시 노조 파업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노조의 창끝은 두 방송사의 사장과 경영진을 향해 있다. 사장과 경영진은 지난 정부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총파업이 ‘식물 언론’이 돼 버린 공영방송사 정상화와 언론 개혁을 위한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공영방송사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공영방송사는 정권이 개입한 낙하산 인사들에 의해 언론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었다. 실제로 정부의 잘못된 정치적 행위를 비판하기 보단 오히려 선두에 서 정권을 찬양하는 기사를 내곤 했는데, 이는 당시 군사독재 정권의 총애를 받으며 공영방송사에 입성한 낙하산 인사들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공영방송을 마치 국영방송인양 운영하는 악습은 민주화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러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정부는 단 한번도 없었다.

특히 지난 두 번의 보수 정권에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영방송사를 장악했다. 시작은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부터였다. 당시 정부는 대대적으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방송사 요직에 채워 넣었고, 결국 2012년에는 언론인들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역대 최장기 언론총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작년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가 보여주듯, 정부의 무능과 잘못이 명확히 밝혀졌을 때에도 이미 친정부 인사들이 장악한 공영방송사는 어떠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결국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두 방송사는 자연스럽게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공영방송은 국민이 가장 필요로 했던 순간마다 언론의 기능을 다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의 인사권이 정치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KBS의 경우 사장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MBC의 경우에도 그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정부의 영향력 하에 놓여있다. 그들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대통령 직속기구다. 이로 인해 낙하산 인사 논란은 되풀이되고 있으며, 역대 정권들의 공영방송 장악이 대선 승리 후의 전리품으로 인식되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은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 언론의 역할은 독자적 힘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부의 공영방송사 인사권을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과 언론 개혁을 중시하는 만큼, 이에 대한 일관된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여야 역시 현재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한국 언론의 개혁과 정상화를 위한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하루빨리 공영방송사가 진정으로 공정성을 회복하여 ‘만나면 좋은 국민의 친구’가 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