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re; sell), 그 심연을 보다
리셀(re; sell), 그 심연을 보다
  • 손채영 문화부장
  • 승인 2017.09.02
  • 호수 146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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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이 ‘N’사의 한정판 운동화를 구한 방법은 리셀러를 통한 것이다. 리셀은 한정판처럼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사서 더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말한다. 중고 거래의 한 유형이지만, 애초에 제품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웃돈을 얹어 판매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리셀의 핵심이다.

리셀, 그 빛과 그림자
리셀은 특정 제품이 리셀러를 거치면서 출고가보다 비싼 값으로 둔갑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N’사의 한 제품은 20~30만원 정도에 출고됐지만 현재는 리셀러를 통해 약 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오창형<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3> 군은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단순한 거래 행위를 넘어서 특별한 추억이 되는데, 리셀러들이 한정판 상품을 독점해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리셀러들이 일반 소비자의 한정판 상품 구매 기회를 차단하고 시장 가격을 교란하기 때문에 리셀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또한 세금도 내지 않은 채 장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리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상품들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존재한다. 리셀러로부터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전동석<정책대 행정학과 13> 군은 “리셀러들이 상품을 팔기 위해 일부러 줄을 서서 그것을 구매하는데, 그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자격이 있다”고 리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근 ‘씬(scene)’의 변화로 리셀에 대한 논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리셀 봇’과 ‘리셀 크루’가 등장한 것이다. ‘리셀 봇’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이 수백 개의 계정으로 더 많은 상품을 독점하는 것을 말한다. ‘리셀 크루’는 개인으로 거래를 진행하던 리셀러들이 모여 만든 기업형 리셀러로,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단순 리셀 행위를 넘어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시장에 대한 지배력, 즉 시세 조정까지 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법의 허점을 노린 리셀
그렇다면 리셀에 법률적 문제는 없을까? 고정욱<법무법인 세한> 변호사는 리셀을 “민법상 계약 자유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셀러들이 리셀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현행법상 리셀을 통해 6개월 내 공급하는 가액이 1,200만원을 넘을 경우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의무가 발생한다. 하지만 공급가액이 연간 1,200만원 미만인 경우 납부 의무가 면제되고, 1,200만원 이상 2,400만원 미만인 경우 납부 의무는 있으나 소득공제 제도로 인해 실제로 납부할 금액은 0원이 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리셀러가 실제 공급가액을 밝히지 않더라도 정부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리셀러가 세금을 납부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고 거래는 민법상 계약 자유 원칙에 따라 이뤄지므로, 판매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다만 판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 물가의 안정을 해치는 등 공익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해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셀의 대상이 되는 물품은 필수품보다는 기호품에 가깝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부가가치세와 같은 과세 문제 외에는 현행법상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리셀이 바람직한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김시월<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리셀이 건전한 소비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판매대금에 대한 세금을 부여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 개인 간의 거래에도 횟수, 금액 등에 구체적인 상한선을 정한 후 적절한 제재를 가한다면 과열된 리셀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소비자와 시장의 상도덕 또한 필요하다. 기업이 리셀로 인해 과열된 시장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이유는 리셀과 리셀러를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기업이 리셀 행위를 제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들이지 않고 광고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해당 기업의 제품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 제공의 차원에서도 리셀은 기업에게 큰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1인당 구매 개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기업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김 교수는 “소비자는 개인적 물질 소비에 대한 만족보다는 소비자 간의 상도덕을 확립하는 데에 힘씀으로써 지속가능한 소비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의식 제고를 당부했다.

처음 ‘리셀’이 생겨난 것은 자신이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리셀러를 통해 구할 수 있다는 만족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물품이 그저 재테크의 수단으로 치부되는 것과 기업형 리셀러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반감으로 리셀 문화의 원주인들이 떠나가고 있다. 리셀러들의 윤리 의식 제고와 기업과 정부의 시장 정화 노력, 법률적 제재 수단이 있을 때 리셀은 올바른 소비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닌,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리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까?

도움: 고정욱<법무법인 세한> 변호사
김시월<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매점매석: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많이 사두었다가 값이 오른 뒤 아껴서 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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