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폭력의 다양한 얼굴: 담론적 폭력의 문제
[교수칼럼] 폭력의 다양한 얼굴: 담론적 폭력의 문제
  • 은용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06.04
  • 호수 14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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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용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간에 대한 폭력은 신체에 대한 물리적 구속이나 해를 입히는 것으로 흔히 이해된다. 신체구속이나 상해와 같은 물리적 폭력은 경험적이기 때문에 폭력이라는 언표(言表)에 대표성을 갖는다. 그렇기에 즉각적이거나 법제도적인 대응과 처벌이 뒤따른다. 이와 달리 더욱 교묘하게 작동하는 폭력이 우리에게 상존한다. 바로 담론적 폭력이 그것이다. 담론적 폭력이란 무엇일까? 미셸 푸코는 일찍이 자신의 저서 ‘지식의 고고학’을 통해 담론의 폐쇄적 속성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과를 폭력이라는 측면으로 논한 바 있다. 푸코에 따르면 담론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발휘한다. 첫째, 특정한 발화자와 언표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둘째, 이를 통해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담론의 “무대”를 규정하여 셋째, 새로운 시각이나 대안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만든다.
 담론은 무엇이 발화되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언표들의 “형성체계와 규칙”을 만들어냄으로써 일종의 ‘규율적’ 도구가 된다. 무엇이, 어떻게 발화돼야만하며, 따라서 무엇이 수용 가능한 발화행위인지에 대한 “경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담론경계로 인해 경계 ‘내부’의 언표들은 “정당성”을 부여 받게 되고, 경계 ‘밖’의 언표들은 부자연스러운 것, 혹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주지하듯, 비정상적인 것은 곧 규제나 배제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고착화되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더욱 위계적으로 구조화되고 비주류의 시각은 “상시적으로 망각”되며, 이는 다시 기존담론의 재생산과 공공화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물리적 폭력에 비해 담론적 폭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즉각적으로 알기 어렵고, 그래서 그것이 폭력으로 인지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담론적 폭력은 신체에 대한 폭력과 달리 사회적 인식구조 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담론적 폭력은 생각을 규율하고 따라서 행동을 규제하기 때문에 폭력의 전형을 따른다. 어떤 특정한 의견이나 언표가 주류담론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며, 나아가 그러한 주변화나 망각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사회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무력해진다. 사회의 담론적 ‘폐쇄’로 인해 개인의 인식과 시각의 범위가 협소해졌다면, 그 범위 ‘밖’에 존재하는 실천의 새로운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천’의 문제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가라는 ‘시각’의 문제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담론적 경계와 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은 개인의 새로운 시각과 대안적 행동을 억압해 주류담론에서 벗어나있는 개인을 주변화 시키게 된다. 부르디외는 사회는 “말을 놓고 벌이는 투쟁의 장소”라 했다. 인간의 언어는 사회를 구성하는 실재이며 따라서 사회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말이 필수적인 것이다. 주류담론이 구별짓기 해놓은 경계를 허물고 다원적인 언어와 질문을 담론의 무대에 재등장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의 ‘경계 허물기’는 ‘자기성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다양한 가치와 시각을 담아내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 칼럼은 타 신문에 게재된 글을 최근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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