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정유라의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함
[아고라] 정유라의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함
  • 김도엽 기자
  • 승인 2017.06.04
  • 호수 14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도엽<사진미디어부 부장>

 

지난달 31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벌어진 이후 한국 송환을 거부하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마침내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녀는 이 사태의 핵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순실이 삼성을 압박해 승마재단에 후원을 강요한 것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이 정유라를 위해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화여대 입학 당시, 그녀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리며 대학생들에게 많은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이렇듯 국민적 분노의 대상인 정유라는 귀국 후 공항에서 이뤄졌던 기자회견으로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았다. 과거 SNS에 올렸던 자신의 글에 대해 사과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여러 부분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관련한 정유라의 대답은, 부정입학 사태에 관해 학교 본부와 투쟁한 이화여대생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공이 뭔지도 모르고,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도 없다”고 말하며 얼굴에는 웃음을 띠기까지 했다. 당당한 태도와 억울하다는 말투, 때로는 웃음을 비치며 임한 기자회견을 보며 그녀의 발언이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든다.
정유라는 이제껏 자신의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죄인이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해 억울함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녀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부분 어머니인 최 씨에 의해 행해진 위법 행위들이다. 하지만 그녀의 억울함은 정당화될 수 없다. 과거 정유라는 부정입학에 대한 비판에 대해 오히려 당당하게 “돈도 실력이다”를 외치며 자신이 누리는 특혜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와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억울함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또한, 정유라는 자신을 둘러싼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볼 수도 없다. 앞서 말한 SNS의 글과 수시 면접 당시 규정을 위반하고 메달을 들고 갔던 점으로 비춰 볼 때 그녀의 발언은 자신의 혐의를 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정유라는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부정입학을 인정했지만, 말뿐이었다.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는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했고, 그 모습이 우리의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녀가 지은 죄질의 엄중함을 떠나, 지금까지 보여준 자신의 잘못된 언행과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