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규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음란물 규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 박다함 기자
  • 승인 2017.06.03
  • 호수 14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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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국내 음란물 규제-

음란의 정의와 규제의 목적
국어사전에서의 음란은 ‘음탕하고 난잡함’으로 정의된다. 음란물이란 일반적으로 사회에의 해악을 이유로 규제의 대상이 되는 특정한 성 표현물을 지칭한다. 여기서 음란물과 성표현물은 다른 개념이다. 성 표현물은 성에 관한 표현물 또는 성을 소재로 하거나 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표현물이다. 이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반면, 음란물은 성 표현물의 하위 개념으로, 사회에서 유통을 금지하는 법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표현물이다. 즉, 성 표현물은 규범 및 법적 평가가 개입되지 않지만, 음란물이라는 표현은 규범 및 법적 평가가 개입된 표현이다.
성 표현물은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성 표현물(성교육물), 청소년은 볼 수 없지만 성인은 볼 수 있는 성 표현물(흔히 19금이라고 하는 성인물), 청소년 성인 모두 볼 수 없는 성 표현물(음란물)로 나뉜다. 정리하자면 아래 도표와 같다.
 

 

 

 음란물에 대한 법적 통제 방식
음란물이 법적 규제의 대상이라면 우리 법은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 음란물에 대한 법적 규제 방식은 크게 행정법과 형사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형사법에는 ‘형법 제243조 ·244조·245조’와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을 통해 오프라인 규제를, ‘정보통신망법 제44조,·47조’를 통해 온라인까지 규제한다.
다음으로, 행정법에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등을 통해 △음란물의 강제적 수거·폐기 △영업정지 △심의 및 시정 요구 △가처분 처리 등을 조처한다. 행정법적 규제는 단순히 영업정지나 폐쇄 등으로 한정되지만 형사법적 규제는 징역이나 벌금 등으로 전과가 남게 된다는 점에서 더 강력하다.

음란물 규제, 무엇이 논란인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음란물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규제의 대상이고 이를 처벌하는 법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볼 때, 음란물 규제는 언제나 정당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음란물 규제에 있어 몇 가지의 논란이 존재한다. 음란물 규제가 가진 논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① ‘음란’개념의 모호성
‘음란’이라는 것은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음란하다는 것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리 정의되며 동시대인들조차도 음란하다는 것에 대한 잣대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시대의 사회 통념에 따라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짙다. 또한 음란 개념은 추상적이어서 법 적용에 많은 편차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은 계속 제기된다. 박선영<동국대 법대> 교수는 “최종판단자인 법관의 개인적인 가치가 음란성 판단에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며 “더욱이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지금까지 매체의 종류에 따른 특성을 기준으로 달리 적용해오던 방식마저 무의미하게 돼 앞으로도 음란성 문제는 많은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② 헌법적 가치와의 충돌 여부
음란물 규제는 음란물을 제작 배포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에서는 소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음란물 규제는 이 부분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음란물에 접근해 이를 보거나 읽고자 하는 자의 알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여기서 알 권리란 정보의 접근, 수집, 처리에 관한 권리로 행복 추구를 위한 정보, 자아·인격 실현을 위한 정보 등을 포함한다. 알 권리에는 접근 즉,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유 또한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음란물 규제는 이러한 알 권리를 제한한다는 문제점을 일으킨다.

③ 의도성, 고의의 정도
음란물 유통에 있어 유통자가 음란물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 유통자를 처벌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발생한다. 형법 제13조에서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범죄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통자의 고의성 여부 판단은 중요하다. 

④ 가상아동포르노문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아청법)에 따라 아동 및 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한 음란물은 규제 및 처방 대상이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하 아동포르노) 자체는 명백히 금지 및 처벌의 대상이지만 *가상 아동포르노의 경우, 아청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이 가상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표현물이고 나머지는 외양은 아동청소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인이 출연한 것으로 이용자가 오인하게 만드는 표현물이다.

*가상 아동포르노: 실제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진 않지만 마치 아동이나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아동 포르노를 말한다.


판례를 통해 알아본 음란성, 음란물 판단 기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음란 개념의 추상적이고 가변적인 특성 때문에 이에 대한 법의 판단은 판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살펴봄으로써 음란물 규제의 판단 기준을 이해할 수 있다.

① 음란 기준에 대한 판례

 

1970년 마야 판결 사건. (사건번호 70도1879)
화가 ‘고야’의 명화 「나체의 마야」를 성냥갑에 인쇄해 판매한 것이 음화제조·판매에 해당한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명화라고 해도 예술·문학·교육 차원의 공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판매목적이었다면 명화를 모독해 음화화 시킨 것”이라며 음란물로 인정했다. 이때 대법원은 음란물의 판단 기준을 예술·문학·교육 등의 공공목적이 아닌 영리목적 이용으로 봤다.

1995년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 (사건번호 94도2413)
작가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에서 여주인공의 자유분방하고 괴벽스러운 성행위를 묘사가 음란문서 제조·판매에 해당한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해당 문서에 대해 대법원은 “공연히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또한 보통인의 정상적인 수치심을 해하면서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소설 「즐거운 사라」의 음란성을 인정했다.

2008년 VOD 판결 사건. (사건번호 2006도3558)
검찰이 포털사이트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온 18세 관람가의 성인용 VOD(Video on Demand)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VOD를 제작한 제작자와 포털사이트의 대표 및 실무자를 기소한 사건이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존의 음란성 판단 기준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 요소 △전적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한 것의 요소를 추가해 음란의 범위를 기존보다 좁히려는 노력을 보였다.


대법원의 판례를 정리해본다면, 법원은 음란에 대해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볼 때, 저속·문란의 정도를 넘어 개인의 인격을 훼손하고 △전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예술적 사상적 과학적 의학적 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음란의 정의는 규제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지만,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 ‘선량한 도덕관념’ 등 개념의 다의성과 애매함, 그리고 ‘법관의 자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② 위헌 여부에 대한 판례

 

1998년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의 출판사 등록취소 처분 신청사건. (사건번호 95헌가16)
구청장은 특정 출판사의 화보집이 음란·저속한 간행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출판사 등록을 취소하는 처분 신청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여러 판례를 통해 음란물 규제에 대해 “음란이란 인간 존엄이나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으로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표현의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표현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밝혔다.

2006년 음란표현의 언론출판 자유 보호영역 포함 여부 판결. (사건번호 2006헌바109)
최 모 씨 등 4명이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음란영상 등을 배포·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형사 처벌하도록 정한 옛 정보통신망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헌재는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헌재는 “음란 표현도 헌법상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 영역에는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기존의 입장(1998년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음란물 규제는 결국 합헌이라 결정했다.


이를 정리해본다면, 헌재는 음란물의 표현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출판자유의 영역으로 보호받더라도 국가 안전, 질서 유지 등의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며 음란물 규제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황성기<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표현물 규제에 관한 헌법원칙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표현물 규제와 관련된 사건을 다룸에 있어 표현물 규제에 관한 헌법원칙들을 고려하고 심사숙고하는 헌법합치적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 고의성, 인지의 정도에 대한 판례

 

2003년 성인만화 게재한 포털 사이트 관리자처벌 사건. (사건번호 2003도4128)
남 모 씨 등 2명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성인 만화방을 개설해 콘텐츠 업자들로부터 성인 만화를 제공받아 이를 가입회원들에게 유료로 열람케 했다. 법원은 남 씨 등이 사전에 콘텐츠 제공업자들과 협의를 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만화들이 포털 사이트에 게재될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었기에 ‘방조’ 책임이 있다고 봤다. 또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해당 만화에 대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만 판정했을 뿐 시정 요구 등을 하지 않아 죄가 되는지 몰랐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위 판례는 음란물 유통에 있어 유통자의 고의성 여부와 관련해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즉, 인지 가능함에도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처벌의 대상이라고 봤다.

④ 가상아동포르노 판례

 

2001년 미술 교사 만화 게재 사건. (사건번호 2001헌가27)
2001년 현직 중학교 미술 교사가 자신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의 미술작품과 누드사진 그리고 만화로 한 청소년의 성기가 발기된 모습을 게재했다.
이후 검찰에게 기소됐고 헌재는 음란물이라 결정했다. 만화로 청소년을 표현한 것 (가상아동포르노)에 대해서는 “가상의 청소년을 등장시킨 음란표현물을 ‘청소년이용음란물’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입법은 그러한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실제로 청소년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과 그러한 표현물의 유포가 청소년에 대한 성적 학대나 착취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것 그리고 가상적 이미지 역시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바람직하다”고 봤다.

2014년 School Girl 동영상 판결 사건. (사건번호 2013도12607)
피고인은 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성행위를 하는 동영성 파일 ‘Japan School Girl mpg’ 파일을 업로드 해 타인에게 공유 전시 배포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됐다.
제 1심과 2심에서는 유죄였지만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해당 음란물 등장인물의 외모, 신체 발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위 영상에서는 여성이 아동청소년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두 판례에서 본 것과 같이 경우에 따라 가상아동포르노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 2015년 헌재는 현행 아청법이 죄형법정주의상의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앞으로의 음란물 규제에서도 아동·청소년보호라는 명목으로 광범위하고 포괄적일 규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은관<법령정보관리원> 전문연구원은 “현행 아청법상 아동음란물에 대한 정의규정을 입법목적과 법률의 명확성원칙에 부합하도록 대상범위를 축소하고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음란물 규제 이대로 괜찮을까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음란은 어떻게 정의되는지, 음란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음란물 규제에 있어 논란이 되는 점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봤다. 판례를 통해 살펴본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정리해본다면, 비교형량을 통해 공적·도덕적·사회적 이익 실현을 위해 음란물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법관의 가치관·윤리관에 바탕을 둔다는 것과 음란 개념의 추상성 및 모호성이라는 논란을 낳는다. 
우리나라가 죄형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성문법 국가인 만큼 앞으로의 음란성 판단 기준을 법률로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외형적으로 가장 많은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듯한 음란의 영역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가치중립적이고도 기술중립적인 판단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공익적 실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음란물 규제는 자칫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과의 상충하는 영역이 존재하므로 상호 간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참고 문헌: 황성기. “음란물과 표현의 자유”.
미디어와 법,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215-246쪽.
이재진, 이희영.
“한국 대법원의 음란성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
미디어 경제와 문화, 2008, 6(3), 79-132쪽.
박선영. “언론활동과 음란책임- 신문만화를 중심으로”.
헌법학연구, 한국헌법학회, 2006, 405~434쪽
박아란. “인터넷과 음란”. 인터넷표현의 자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김은관. “아동음란물 규제의 적법성 고찰”.
아주법학, 2008, 6(2), 333-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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