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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마음을 열어주세요”
외국인 차별로 얼룩진 학내 문화
2017년 06월 03일 (토) 18:34:12 오창형 기자 och0203@hanyang.ac.kr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학생이 빠르게 늘면서 캠퍼스 내 유학생 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범죄 수준의 차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외국인 차별이 학내 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폭언의 숲’에 갇힌 유학생들
가장 흔한 문제는 혐오 발언이다. 혐오 발언은 인종, 국적, 성적 지향 등을 기준으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드러내는 언동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학생 A씨는 사회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중국인들이 너무 많다. 그냥 걸어서 가자’라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인 학생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혐오 발언은 강의실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학생 B씨는 교수님으로부터 “가족들끼리 코엑스를 가려는데 중국인이 너무 많아서 안 갔다. 자녀들에게 위험할 것 같았다”는 말을 듣고 상처받은 경험을 토로했다.
한국에선 관련 논의조차 드물지만, 해외에서 혐오 발언은 법으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범죄 행위다. 작년 6월,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소셜미디어·IT 기업 등과 혐오 발언 금지 협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차별 금지법 혹은 희롱 금지법을 학칙에 제정하고 담당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혐오 발언 가해 학생이 퇴학 당한 사례도 있다. 작년 9월, 캔자스 주립대는 인종차별적 사진을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한 백인 학생을 퇴학 처분했다. 캔자스 주립대 측은 “이 사진은 재학생, 동문, 임직원 그리고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을 분노하게 했다. 어떠한 의도에서도 우리 대학에 인종차별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캔자스 주립대는 인종, 출신, 성별, 성적지향 그리고 신체적 능력과 무관하게 당신과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의회의 ‘헤이트 스피치 금지 법안’ 가결에 발맞춰 대학들이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경대는 ‘희롱 방지 위원회’와 ‘희롱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모욕에 대한 윤리 체계 강령’, ‘모욕에 대한 윤리 체계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매뉴얼을 작성해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밝히고 있다.

배울 권리마저 빼앗긴 현실
외국인 학생들은 학습권도 침해당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적의 브람 엔겔러<디자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환학생> 군은 영어 전용 강의임에도 한국어로만 토론하는 한국 학생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언어 장벽 때문이지 나를 배제하려고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토론 내내 한 마디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과제 발표를 위한 조 편성에서도 외국인 유학생들은 따돌림을 당한다. B씨는 교수님에게 ‘우리 조에서 중국인을 좀 빼 달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을 종종 목격한다며 “중국 대학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국인 학생 C씨는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어느 정도 한국어 구사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만 할 뿐”이라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심지어 교수님으로부터 수강 포기를 권유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유학생 D씨는 강의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수님으로부터 “내 수업은 어려우니 중국인 유학생들은 듣지 말고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D씨는 “교수님이 어떤 의도로 말씀하신 것인지는 알겠지만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학점에 불이익을 받을까 항의도 하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국적이나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일하거나 공부하길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해외 대학들은 이를 인종차별 혹은 인격 모독으로 규정하고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대학들은 주(州)에서 제정한 인권 법안에 따라 ‘함께 일하거나, 가르치거나, 공부하는 것에 대한 거부’를 명백한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학칙은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 상벌에 관한 규정’에는 인종 차별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명예 훼손과 관련에 단 한 줄 언급이 있을 뿐이다. 징계의 정도나 범위도 굉장히 모호하게 서술돼 해외 대학들의 체계적 규정과 비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갑시다
유학생들은 외국인 차별을 막기 위해 학생들이 먼저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대 중국인 유학생회 회장은 “우리가 먼저 한국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러 교류 행사를 기획하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며 “한국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D씨는 “중국인 학생들은 한국이 좋아서 유학을 온 만큼 한국인 학생들에 먼저 손 내밀어 주길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카킴 다나바예브<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6> 군은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대학의 공동체적 문화가 유학생들에게도 열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람 군도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느낀다”며 “다만 술친구나 언어 교류를 넘어서 더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회와 학교 차원의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지난 2014년, 무투마 루티에레<UN 인권이사회> 인종차별 특별 보고관은 한국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에는 관계 당국이 관심을 둬야 할 심각한 인종차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서 제도적 차원의 인종 차별적인 관행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 간 상호작용에 있어서 이와 관련한 사례를 알게 됐다”며 “교육과 인식개선을 통해 정부가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국인 혐오는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 캠퍼스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한다. 우리가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지울 수 없는 멍에를 남기고 있다. 외국인 혐오를 극복하려는 학내 문화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

도움: 이인희 수습기자 qutwlq@hanyang.ac.kr
이화랑 수습기자 ghkfkd080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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