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캣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카피 캣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 손채영 기자
  • 승인 2017.06.03
  • 호수 14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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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유행하자 비슷한 허니버터맛 과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MBC 육아예능 ‘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얻은 당시, TV에서는 한동안 육아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됐다. 대왕 카스테라, 핫도그가 유행하니 길거리에는 처음 개업한 브랜드를 따라한 여러 비슷한 상호의 가게들이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는 ‘카피 캣(copy cat)’ 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카피 캣은 원래 모방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단어인데, 요즘은 주로 유행하는 제품을 따라 만든 모방품을 비하하는 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애플과 삼성이 특허권 소송을 벌일 때, 애플이 삼성을 자신들의 카피 캣이라고 비난한 것을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작년 가을, 프랑스의 유명 의류 브랜드 ‘베트멍’은 ‘Official Fake(공식적 짝퉁)’라는 이름을 내걸고 한국에서 창고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자신들의 모방품을 다시 모방해 만들어 팖으로써 한국의 짝퉁 문화를 풍자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창작자들이 카피 캣을 불쾌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그 제작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카피 캣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또한 부정적이다. 소위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기 때문에 지식재산권과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비슷한 제품이 계속 재생산되기 때문에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지탄받기도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극대화를 향한 치열한 경쟁만이 남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이에 대해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피 캣이 오히려 원래의 제품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카피레프트란 지식재산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에 반대되는 뜻으로,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작물이 계속해서 공유되면 원작자와 제품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다는 특징은 카피 캣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연구단계와 비용을 줄이게 돼,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해진다는 점에서 지지자가 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이미 오픈소스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오픈소스를 공유하며 각종 성공사례를 자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드윗은 자신의 디자인을 베낀 티셔츠를 구매한 뒤, 한 인터뷰에서 카피 캣을 봤을 때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카피 캣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시선도 느는 추세다.
원작자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카피 캣을 생산해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카피 캣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카피 캣을 용인하는 저작물을 지정하는 것도 하나의 절충안”이라며 “카피 캣을 잘 사용하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작자와 사용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대중들의 인식 재고가 있을 때 카피 캣이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참고문헌: 오데드 센카. 「카피캣」. 2011.  이진원 역.  서울: 청림출판
Thomas Jeppe. Pablo, Romy, Cali. SSENSE, https://www.ssense.com/en-us/interview/pablo-romy-c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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