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대통령 ‘덕질’,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아고라] 대통령 ‘덕질’,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 오현아 부편집국장
  • 승인 2017.05.21
  • 호수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현아<부편집국장>

 

국민 아이돌이 탄생한 느낌이다. 뉴스에는 ‘그 사람’에 행동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SNS에도 외모나 인성을 찬양하는 글이 올라온다. 연예인 이야기냐고? 아니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다.
이는 실제로 문 대통령의 행보가 많은 국민을 만족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록 취임한지 10일이 조금 지났지만, 위안부 합의, 국정 교과서 등을 전면 백지화 시키고,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각 정부 부처에 파격적 인사를 등용하는 등,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가 5.18 기념 행사에서 유가족을 안아주거나 영부인과의 소박한 일상 등 인간적 면모와 탈권위적인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더욱 부각됐다. 그래서일까? 각종 SNS에는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반응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내가 하다하다 대통령을 덕질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국민들의 대통령을 향한 ‘덕질’이 조금은 걱정 된다.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단순 정치의 영역을 넘어서 우상화돼 가고 있음을 느끼기에 더욱 그렇다. 그의 국정운영 방식뿐만 아니라 외모, 일상생활의 소소한 것까지 모두 ‘덕질’의 영역으로 들어와 버렸다. 우스갯소리로 조국 민정수석, 문 대통령 등의 외모를 가리키며 ‘증세없는 안구복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런 열기의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부패한 이전 정권을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리고 다시 세운 정권이다. 광화문 광장에 나와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에 담긴 외침에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등장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맹목적인 칭찬은 오히려 이번 정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에 대한 합리적 비판까지도 타당하지 않은 비난처럼 왜곡할 수도 있고, 기대가 큰 만큼 작은 실수에도 쉽게 지지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아직 정권 초기인 문재인 정부에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제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문 대통령의 앞으로의 행보를 팬의 마음이 아닌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바라보자. 대통령과 관련 인사를 ‘우상’이 아닌 정치인으로 바라봐야만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