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 민주주의자로 살아가기
[교수사설] 민주주의자로 살아가기
  • 한대신문
  • 승인 2017.05.14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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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지난 수개월의 정치적 혼돈과 무질서를 종결짓는 의례를 치러내듯,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을 찾아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넘쳐나던 투표 독려의 목소리도 한동안은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열정적 함성을 지나쳐 왔으니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투표를 한다는 것, 민주주의자로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중요한 것일까?
먼저 투표행위부터 살펴보자. 사회학자 베버는 인간의 행위를 전통적, 정서적, 합리적 행위로 구분했다. 합리적 행위는 다시 도구합리적 행위와 가치합리적 행위로 나뉜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통적 행위나 정서적 행위로 정당화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예전부터 행해져 왔던 것이기 때문에, 또는 투표 장소까지 발걸음을 옮기려는 기꺼운 마음이 생겨서 투표를 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자신의 투표 행위가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에서 투표는 목적합리적 행위도 아니다. 많은 경우,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투표는 가치합리적 행위로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는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것이고, 권장될 만한 사회적 규범이기 때문에 마땅히 행해져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자로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가? 민주주의자로 행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투표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넘어, 소수 권력자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대항하고 자유와 평등, 인권보장이라고 하는 민주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들의 가치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너의 가치합리적 행위에 반대하는 것이 나의 가치합리적 행위라고 말하기도 한다. 비록 그들의 가치합리적 행위를 처벌하자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바의 사회적 결과가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무지의 죄’를 따져 묻는다면 무리한 일일까? 이제 막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니 다음 선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민주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충분히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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