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제 인생입니다만, 문제있습니까?
[장산곶매] 제 인생입니다만, 문제있습니까?
  • 한소연 편집국장
  • 승인 2017.04.30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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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연<편집국장>

수업에 늦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유난히 말을 많이 붙여왔다. 그가 하는 말을 요약하자면, “사회가 개인주의화 되니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젊은이들이 늘었다”, “나라꼴이 이지경이 돼도 걱정을 안 한다”였다. 결국 그는 ‘선동질 하는 종북 빨갱이들을 막아야 하는데, 아무 힘도 없는 나이든 사람들이 복장이 터진다’며 “학생 같은 청년들이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깨끗하고, 청렴한 나라가 돼요. 우리야 다 늙은 사람인데, 뭐 어쩌겠어”하는 말로 마무리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사는 그 말을 하며 빨간불에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청년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면서 정작 자신은 불법을 저지르는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택시기사의 꼰대질은 필자가 당한 꼰대질 중 가장 질이 나빴다. ‘나는 늙어서 그러지 못하니, 젊은이들이 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을 일삼지만, 정작 스스로에겐 관대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느니, ‘청년들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해야지, 나이든 사람이 하겠냐’느니 하는 것들이 다 비슷한 부류다. 안타깝게도 청년들의 입장에서 이는 그저 책임 전가 및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꼰대란 선생이나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로 정의된다. 흔히 꼰대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명사 ‘꼰대’에 행동을 낮춰 부르는 ‘질’이란 접미사가 붙어 ‘꼰대질 한다’고 표현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때 주로 쓰인다. 꼰대는 확률상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많이 분포하지만, 젊은 세대도 예외 없다. 그러니까 주체가 17학번 대학생이나 복학한 선배일 수 있고, 사회 초년생일 수도 있다.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한 꼰대질은 ‘미시 파시즘’적 사고에서 파생된다. 몽둥이로 패서 길들인다는 뜻의 파시즘적 행위는 히틀러나 김정은에게만 해당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친구, 가족, 학교와 같은 소집단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미셸 푸코는 이를 ‘미시 파시즘, 미시 파시스트’라고 칭하며 개념화했다.
우리나라는 유독 미시 파시즘에 많이 물들어 있다. 이는 우리가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권장하는 유교사회에 근본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화에 물든 이들은 비교적 순응적이고 비판의식이 약화돼간다. 그러나 근대화와 함께 인간관계가 횡적 관계로 바뀌었고,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가 유입되면서 의식은 변했다. 권위적인 기성세대의 꼰대질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갈등 양상은 장강명 작가의 소설 「표백」에서 인상깊게 묘사됐다. “왜 청년들이 도전정신을 가져야 하죠? … 도전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이고 나이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에게만 가지라고 하나요?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런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는 거잖아요.” 꼰대질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말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필자가 판단했을 때 꼰대가 되지 않는 최적의 방안은 한가지다. 듣는 사람은 원치도 않는 조언하지 말고, 그냥 각자의 인생을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그 길이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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