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을 노래할 용기
시국을 노래할 용기
  • 한대신문
  • 승인 2017.04.29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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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앤비가수 엘리샤 키스


유명 음악인들의 연이은 비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정부 문화예술인 탄압과 대조적인 모양새다.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한 음악인들의 공세는 정권이 출범하는 날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유명 음악인들이 줄줄이 축하 공연을 고사해 굴욕을 겪었다. 일부 음악인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정책 등을 비판했다.
음악인들의 소신 행보는 취임식 이튿날 열린 반트럼프 시위 ‘여성 행진(women’s march)’으로 이어졌다. 워싱턴DC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린 행진에는 300만 명의 시민이 참가해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 인종 차별 발언을 비판했다. 알앤비가수 엘리샤 키스는 이날 연설 무대에 올라 “우리 여성은 행정부를 포함해 그 어떤 분야의 남성에게도 우리를 소유하고 통제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외에도 마돈나, 마일리 사일러스, 아리아나 그란데, 존 레전드, 케이티 페리 등 많은 음악인이 행진에 참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수들의 비판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행진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SNS 계정에 “평화로운 시위는 우리 민주주의의 특징이다”라며 “비록 내가 그들 주장에 동의하진 않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시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언론이 여성 행진을 과장해 보도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미국 여성들과 가족들이 마주한 문제들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반긴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소의 원칙만은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을 탄압하던 한국 정부보단 양호하다는 평가다. 지난 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부 차원에서 작성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일명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이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련 혐의를 확인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를 정부 비판적 예술인들에 대한 억압을 넘어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차지하기 위한 여론조작 활동으로 판단했다.
블랙리스트 존재가 확인되자 예술인들은 분노와 허탈함을 표현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문화계 원로 고은 시인은 “대통령 스스로가 경계를 지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인물들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식한 일이자 국제적으로도 치명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
블랙리스트로 위축된 예술인들이 여전히 사회적 발언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유력 대권 주자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차기 정권에서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약속하고 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국민의당> 후보, 심상정<정의당> 후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관련자에 대한 인적 청산을 강조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한국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음악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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