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통치 구조를 바꾸다
개헌, 통치 구조를 바꾸다
  • 김성재 기자
  • 승인 2017.04.09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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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첫 헌법이 공포됐다. 임시 헌법은 1948년 제헌 헌법을 거쳐 군사 정권 시절의 유신헌법으로 이어졌다. 그 후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9차 개헌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리고 최근 10차 개헌 논의가 다시금 불거졌다. 이런 문제가 대두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헌법은 대체 무엇일까
헌법은 국가의 최상위법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 작용 원리를 정한다. 헌법은 국가별로 다르다. 한 나라의 역사적 산물로 국가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제시하며, 국민이 겪어온 역사의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은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유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자유 보호를 최고 가치로 규정하는 자유주의 계열 헌법에 속한다.
우리나라 법 체계는 크게 △헌법 △법률 △명령 △규칙 △조례 △고시 순으로 구성돼 있다. 헌법은 법률을 만들고 해석하는 기준이 되며, 모든 국가 권력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 존재한다. 따라서 헌법 개정 절차는 일반 법률에 비해 발의, 의결, 공포 절차 모두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격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1948년 제헌 헌법이 제정된 이래 9번의 개정을 거쳤다.

개헌논의, 어떤 이유에서일까
현행 헌법은 1987년 9차 개헌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부터 학계에서 개헌 논의가 지속돼왔다. 현재 학계를 비롯한 정계, 국민 사이에서는 △통치 구조(정부 형태) △기본권 보장 △지방분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의 권한 및 관계 정립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 중 통치구조와 기본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이다.
우선 ‘바람직한 통치 구조는 무엇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받는 대통령 중심의 현 체제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이는 국정농단의 뿌리가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통치구조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개헌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정농단을 빌미로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기본권 보장 및 확충’에 대해서는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인간’으로 변경 △저항권의 명문화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기관화 △헌법 29조 2항의 삭제 등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특히 헌법 29조 2항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조항은 일반 국민과 달리 군인·경찰 등은 직무 수행 중에 손해를 입어도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는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이중배상 금지’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에 황성기<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구시대적 기본권 개념을 다듬거나 새로운 기본권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 29조 2항은 기본권의 심각한 침해로,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개헌, 끊이지 않는 논쟁
먼저 개헌의 시기와 관련된 논쟁이 있다. 논쟁 초기에는 올해 대선 전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 한계와 주요 정계 인사들의 반대로 사그라졌다. 지난달 15일 3당(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들이 ‘대선 당일 개헌투표’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대선후보들이 이에 난색을 표했으며,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빠지고, 국민의당 내부의 이견도 만만치 않아 결국 무산됐다. 사실상 개헌 투표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투표를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다음으로 통치 구조 변경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있어 효과적인 견제, 균형 장치가 부족하다. 이는 대통령 중심의 권력 구조를 견제하지 못한 국회의 위상과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통치 구조 개헌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으로 대통령 중심의 정부형태를 △의원내각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임기를 4년으로 하는 대통령 중임제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다.

 

 


통치구조 개헌의 득과실
먼저 의원내각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의회를 선출하면 의회가 정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의원내각제에선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가의 기본정책 수립 및 집행에 공동으로 참여한다. 또한 정부에 대한 국회의 ‘불신임결의권’과 국회에 대한 정부의 ‘의회해산권’을 통해 상호간의 정치적 통제가 가능해져 권력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의원내각제는 신속한 국정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행정부가 입법부에 의해 구성되므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국정처리를 신속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의원내각제는 행정부의 임기 보장이 없고 항시적으로 입법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잦은 정권의 교체로 정국이 불안정할 수 있다. 또한 다수당이 의회를 독점하게 되면 행정부도 이에 귀속되므로 다수당의 횡포가 발생하기 쉽다.
다음으로, 이원정부제는 행정부가 대통령과 수상으로 이원화돼 행정권을 분리하는 제도이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뽑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가 위기 시에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입법부에 의해 선출된 수상이 행정권을 행사하며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태로 구성된다. 즉, 이원정부제는 의원내각제의 기반 위에 대통령제적 요소를 절충한 것이다.
이원정부제의 장점은 평상시에는 의원내각제로 운영돼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을 피할 수 있고 책임정치가 가능하다. 또 국가 위기 상황에는 대통령이 직접 통치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처리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긴급권과 의회해산권을 가지고 있기에 독재화의 우려가 있다. 또한 집행권의 이원화로 대통령과 수상의 갈등이 심화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원정부제의 원리는 이론상 권력의 분립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운용하는 데 있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이하 중임제)는 현재 대통령제의 5년 단임 항목을 4년 중임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대통령제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현재의 대통령제를 보완하자는 의견에서 비롯됐다.
중임제의 장점은 대통령의 높은 책임성 및 신뢰성이다.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직무수행을 잘해도 다시 선출할 수 없어 정치적 책임 또한 물을 방법이 없다. 중임제가 된다면 대통령이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되고 이는 대통령의 책임 정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국정수행의 안정성과 효율성 보장으로 이어진다. 중임제의 단점은 대통령이 중임을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상대후보와의 경쟁에서 권력을 동원해 제압하려는 유혹을 받는 등 관권.불법 선거를 조장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는 “앞서 나온 세 가지 제도 중 어떤 제도가 절대 선이라고 얘기하긴 힘들지만 모두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각 제도가 만들어진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 새로운 통치구조의 정착과 성공을 위해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시켜야 한다.

바람직한 개헌이 되기 위해선
우리 헌법은 내외적인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급작스럽게 만들어졌고 40년 사이 9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대부분의 개헌은 국민의 의지가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 군사 독재 등과 같은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B교수는 “좋은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헌법개정안의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적 공개 토론에 부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의 몰아붙이기식 개헌은 전국민적 신뢰 획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한다”며 “시민의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등 최대한 많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제도상 개헌안은 대통령이나 국회만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해 개헌 논의를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남발하기보다는 담론장을 형성하고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헌에는 국가의 주권을 가진 국민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국민은 표현의 자유 행사, 단체 활동을 통한 의견 표출, 각 정당에 영향력 행사, 국회에 청원 등의 방법을 통해 개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헌법은 특정집단의 산물이 아닌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새로운 국가 질서가 돼야 한다. 최종적으로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민은 논의에 있어 방관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래의 헌법이 어떨 지는 우리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

 

 

도움: 황성기<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고 문헌: 정만희. 대안적 정부형태로서의 이원정부제. (2015).
김태운. 우리나라 정부형태의 의원내각제 개헌의 필요성과 실현 및 그 예단적 효과. (2010).
정태호. 대통령 임기제 개헌의 필요성과 정당성. (2007).
사진 출처: 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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