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식으로 살아남기?
미래식으로 살아남기?
  • 손채영 기자
  • 승인 2017.04.08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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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미래식이다.

알약 하나만으로 식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SF영화에나 나올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미래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래식은 미래지향 식사를 표방하며 등장한 새로운 식사 형태다. 미숫가루처럼 물이나 우유에 가루를 타먹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짜먹는 죽처럼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미래식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기술자들과 사업가들 사이에서 처음 유행했다.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한 이들에게 간편한 한 끼 대용이 됐기 때문이다. 휴대가 간편하고 섭취도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식 제조업체들은 미래식이 다양한 영양성분을 갖춘 건강식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래식의 공통점은 마셔서 섭취하는 액체 형태라는 것이다. 치아를 쓰지 않기 때문에 구강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황세진<의대 의학과> 교수는 “치아는 압력, 즉 씹는 행위가 매우 중요한데 미래식을 섭취하면 치아에 압력이 가해지지 않는다”며 “저작운동이 없으면 치아가 약화될 뿐만 아니라 뇌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기존의 일반적인 식사에 비해 부족한 영양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래식 중 가장 대중적인 ‘I’사의 제품은 한 개당 평균 330kcal 정도의 열량을 제공한다. 세 끼 모두 미래식을 섭취할 경우 1000kcal에 조금 못 미친다. 성인 남자 하루 섭취 권장열량이 2500kcal, 성인 여성은 2000kcal임을 고려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활동량이 적은 사람이나 소식하는 사람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황 교수는 “우리 몸은 굉장히 과학적이기 때문에 열량을 적게 섭취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면서도 “미래식 섭취가 장기화되면 영양결핍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만약 미래식 섭취 이후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일반 식사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건강 측면의 문제 외에도 정서상의 문제도 존재한다. 미래식을 섭취하면 음식의 고유한 맛과 향, 식감을 즐길 수 없다. 또한 음식의 시각적인 자극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정서적인 만족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1인분씩 포장돼있는 미래식은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함께 하는 식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 상, 대중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을 씹을 수 없거나 먹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미래식이 유용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장기적인 섭취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할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미래식이 그 이름처럼 미래형 식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손채영 기자 scyeong02@hanyang.ac.kr
도움: 황세진<의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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