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포기한 韓·日의 청년들
국가가 포기한 韓·日의 청년들
  • 한대신문
  • 승인 2017.04.08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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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유토리입니다만, 문제 있습니까?」로 보는 세대갈등

 

▲드라마「유토리입니다만, 문제 있습니까?」의 한 장면이다.

 

“학원 선생님이 말했어요. ‘너희 유토리는 문부과학성이 낳은 결함 상품이다’”. 젊은 교사 야마지 카즈토요(마츠자카 토리 역)가 씁쓸하게 말한다. 일본 드라마 「유토리입니다만, 무슨 문제 있습니까?」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작년 상반기 일본에서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위 ‘유토리 세대’라 불리며 기성세대에게 무시당하는 일본 청년들의 모습에서 한국 청년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더 여유로운 교육을
유토리 세대는 2003년 시작된 자율 교육 과정 ‘유토리 교육 과정’ 아래서 자란 1987년에서 1996년 출생의 일본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전후 일본 교육은 주입식 교육으로 대표된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지식을 주입해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4당5락”, “대학에 입학하는 18세에 계급이 결정된다” 같은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입시 경쟁에 지친 학생들이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 이지메(왕따), 등교 거부 등 탈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3년, 입시 위주 교육으로부터 탈피를 선언했다. 그 대안으로서 기획된 것이 유토리 교육이다.

“유토리 세대는 실패한 실험작이다”
유토리 교육의 목표는 창의력 증진과 풍요로운 인간성 개발이었다. 주5일 등교가 시행됐고, 교과 내용은 30%, 수업 시간은 10%나 감소했다. 대신 다양한 체험 학습이 장려됐다. 하지만 이론 수업이 줄면서 학생들 학력 수준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한자를 읽을 줄 모른다”며 반발했다. 결국 2016년 5월, 일본 정부는 유토리 교육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시인하며 ‘탈(脫) 유토리 교육’을 선언했다.
유토리 교육은 사라졌지만, 이 세대가 경쟁 없이 여유롭게 자라 사회생활을 견디지 못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형성됐다. 2015년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젊은이들에 대해 “끈기가 부족하다. 부모한테 의지하는 청년도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유토리입니다만, 우리 잘못입니까?
유토리 세대는 자신들이 어느 세대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항변한다.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생계를 지탱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 사회는 유토리 세대가 막 태어난 199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화했다. 과거 일본은 풍요로운 고도 경장 사회였다. 1950년부터 20년 가까이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60년대엔 7년 만에 국민 총생산(GNP)을 2배로 올리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10년 후엔 전 국민이 중산층인 사회라는 뜻의 ‘1억 총 중류사회’란 표현이 등장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며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됐다. 유토리 교육 아래서 학창 시절을 보낸 재일동포 박명안<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2> 군은 “당시 경제 위기로 은행들이 파산하고 부모님이 갑자기 실직자가 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연간 자살자 수가 80년대에 비해 1만 명 넘게 증가하는 등 경제 위기는 일본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민영화, 종신고용제 포기, 비정규직 확대 정책으로 서민들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나고 자란 유토리 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가혹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0년간 20~24세 상대적 빈곤율은 10% 이상 상승했고, 기본 소득도 낮아졌다. 오구치 히로카즈<주쿄대> 교수에 따르면 20년 전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받는 생활비는 월 80만 원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27만 원에 불과하다. 또한, 후지타 다카노리<세이가쿠인대> 조교수는 저서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에서 이를 두고 “사회 구조상 처음부터 노력할 수 없는 환경,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유토리를 닮은 한국의 청년세대
유토리 세대를 둘러싼 갈등은 오늘날 한국에서의 세대갈등과 흡사하다. 한국도 외환위기를 거치며 서민 경제가 매우 취약해졌고,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대두됐다.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때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6년 8월 기준으로 채용된 15∼29세 청년층 가운데 비정규직이 64%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8년 전에 비해 약 10% 높은 수준이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에게 불만을 느끼는 점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닮아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서 ‘취업에 관해 세대 차이를 느끼는 대목’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20~30대 응답자들의 57.6%가 ‘청년세대는 힘든 일을 겪어보지 않았다는 기성세대의 시선’이라 답했고, ‘청년세대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54.4%로 그 뒤를 이었다.
양국 청년들 모두 청년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의 태도에서 세대갈등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박 군 역시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가 이제 와서 청년세대만 비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래에 대한 기약이 없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사회 구조적 요인은 외면한 채 정신력만 찾는 무책임한 기성세대에게 청년들의 열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참고 문헌: 도서 후지타 다카노리.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2016. 박성민 역. 시공사, 2016
장하성. 「왜 분노해야 하는가」. 헤이북스, 2015
논문 이지원. 「현대일본의 교육개혁: “유토리교육”의 논의와 동요」. <일본연구총론>, 2004, 제20권, 127-161쪽.
남경희. 「일본의 교육개혁과 학력 저하 논쟁」. <사회과교육>, 2003, 제42권 1호, 5-28쪽.
사진 출처:  니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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