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지 그림자’는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
‘50가지 그림자’는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
  • 한대신문
  • 승인 2017.03.25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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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영화 「50가지 그림자: 심연」이 막을 내렸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 시리즈는 미성년자 판매 불가 도서임에도 총 1억 부가 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성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 덕분이다. 그러나 흥행과는 별개로 소설에서 묘사된 남성 주도의 일방적 연애관계에 대해선 독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소설은 로맨스 장르의 전형적인 줄거리를 따른다. 평범한 대학생 ‘아나스타샤 스틸’은 재력가 ‘크리스천 그레이’를 만나며 사랑에 빠진다. ‘사디스트(가학성애자)’인 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열렬히 사랑하는 동시에 그녀가 자신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완전히 복종하길 원한다. 그는 스토킹까지 불사하며 아나스타샤에 대한 소유욕과 통제욕을 드러낸다. 한편 아나스타샤는 복종에서 오는 쾌감과 평등한 연애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언론에선 그레이 시리즈가 여권 신장에 공헌했다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금기시되던 여성의 성적 환상을 가감 없이 묘사함으로써 여성 중심의 에로틱 서사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이 소설은 서구 문화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알리샤 로젠버그도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성들은 여성들이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가르치길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설에 그려진 그레이의 억압적 태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는 이 시리즈에 대해 “학대 관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여성이 사랑받기 위해선 남성의 폭력조차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왜곡된 암시를 준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 또한 저서 「사랑은 왜 불안한가」에서 이 시리즈가 전통적 남성상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의 성욕을 부정하는 사회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그레이 시리즈와 같은 억압적 남성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운동가이자 에로틱 소설가인 민서영 씨는 “여성이 다양한 욕망을 상상하고 실천할 기회가 여성에게 먼저 주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여성의 성적 욕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우선이다”라고 역설했다. 

도움: 소설가 민서영
참고 도서: 록산 게이 저, 「나쁜 페미니스트」,사이 행성, 2016
에바 일루즈 저, 「사랑은 왜 불안한가」, 돌베개, 2014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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