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내는 것인가, 안 내는 것인가
못 내는 것인가, 안 내는 것인가
  • 윤성환 기자
  • 승인 2017.03.25
  • 호수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대학재단의 저조한 법정부담금 납부율, 그 이유는?

지난달 13일 서울캠퍼스 구본관 앞에서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한마디’(이하 총학)를 비롯한 각 단과대 학생회는 한양학원이 미납한 법정부담금의 조속한 납부를 요구했다.
이 입장발표에는 매년 70~80억 원의 법정부담금을 미납한 대학재단에 대한 비판도 포함돼있다. 입장발표 후 총학 측은 한양학원 이사장실이 있는 구본관으로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와 같은 법정부담금 납부 회피는 한양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대학재단 다수의 현실이다.

법정부담금을 둘러싼 갈등
법정부담금은 교수와 학교직원을 고용한 법인이 피고용인의 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등의 일부를 지급하는 비용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교직원의 4대 보험비와 퇴직수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대학가에서는 재단이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난다.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에 명시된 ‘법인부담금의 일부 혹은 전액을 학교에서 부담할 수 있다’라는 규정 때문이다. 재단이 법정부담금을 100% 납부하지 않아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으니 많은 대학재단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법정부담금의 책임을 대학에 돌리고 있다. 
문제는 재단이 법정부담금을 미납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학생들이 지게 된다는 것에 있다. 법정부담금 중 채우지 못한 부분은 학교가 납부해야 하는데, 학교 측에서는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등록금과 기부금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재단의 법정부담금 미납은 학교의 등록금 의존율을 높이고, 그로 인해 커지고 있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목소리마저 묵살되고 만다.

저조한 납부율, 그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도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재단 중 법정부담금 부담률이 100% 이상인 곳은 40곳이었지만 50% 미만인 곳은 78곳, 0%인 곳이 14곳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대학재단이 법정부담금 납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부 대학재단은 법정부담금 기준액뿐만 아니라 법인전입금* 기준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학에 출자하고 있다. 이는 대학재단이 대형병원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사업체를 갖고 있는 경우인데, 수익사업체가 안정될수록 법정부담금 납부가 수월해짐을 의미한다.
반면 법정부담금 기준액뿐만 아니라 아예 한 푼도 내지 않고 대학에 모든 것을 전가하는 대학재단도 존재한다. 이는 애초에 대학 설립기준을 간신히 넘겨 재원이 부실하거나 수익사업체가 수익률이 현저히 낮은 토지에 집중된 경우다.
하지만 대학재단에서 법정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학교 재단도 재정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완납을 거부했으나, 재단이 1,000억 원 이상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납득할만한 이유는 아니다.

대학재단으로서의 책임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낮은 모든 대학재단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납부율이 낮은 대학재단 중 재정이 열악하고 수익구조가 부족해 납부가 어려운 곳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도 전국 대학재단의 수익용 기본재산 구성 현황을 보면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2.5%에 이른다. 그러나 토지의 수익률은 약 1.1%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게다가 토지를 소유한 138개의 재단 중 90개 재단은 토지 수익률이 0%인 상황이다.
그러나 재단 스스로 돌파구 마련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립학교법에는 ‘학교법인은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해당 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춰야 한다’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는 곧 대학재단이 교육기관인 대학에 대해 교육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수익을 창출할 수익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재정상 문제가 없음에도 기준액을 충족하는 자금을 출자하지 않는 대학재단도 있다. 이 경우 대학재단 스스로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같은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재단은 사학법인으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이에 걸 맞는 변화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법인전입금: 법인이 학교에 출자한 금액을 말한다. 법인은 교육시설을 제외한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률의 최소 80% 이상을 내야 한다.

자료제공: 교육부 대학알리미, 대학교육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