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불고 있는 국제화 열풍, 그 실체는?
캠퍼스에 불고 있는 국제화 열풍, 그 실체는?
  • 김현중 기자
  • 승인 2017.03.18
  • 호수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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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한국어 실력과 미흡한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어려움 겪어

우리 학교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가 지날수록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는 2016년 2학기 기준 2,5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중국, 파키스탄 등 아시아권 국적을 가진 학생이 가장 많고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권 국적의 학생도 찾을 수 있다.  대학의 국제화는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가까워졌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대학’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한국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장벽이라고 말한다. 과연, 학교 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학생 입학 조건은 적정할까. 현재 우리 학교에 외국인 유학생이 입학하려면 한국어 능력 시험(TOPIK) 4급(ERICA캠퍼스의 경우 3급)을 보유하고 있거나 학교 측에서 실시하는 ‘국어 영역 시험’(인문계열의 경우)을 치러야 한다. 문제는 TOPIK 시험이 영역별(말하기, 쓰기, 듣기, 읽기) 과락이 없는 시험이기 때문에 특정 영역이 부족해도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TOPIK 3~4급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제로 유학생들은 대학 수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실정이다. TOPIK 4급을 보유하고 학교에 입학한 푸인<경상대 경영학과 17> 양은 “한국어 듣기나 말하기 능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전공 수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한국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따로 어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과 강의뿐만 아니라 유학생들은 미숙한 한국어로 인해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도 어려움을 겪는다. 행정 상의 자료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서 양식이 한글로만 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학생들은 특히 등록금 납부나 은행 업무, 재학증명서 발급과 같은 일을 할 때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유학생의 고충은 학교 측이 제시한 입학 조건이 유학생활에 충분한 수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국제처 관계자는 “TOPIK 시험 3급은 대학 수학 능력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교육부에서 정해놓은 기준이며 관련 지침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미흡한 유학생 관리 체계 
단과대 및 학교 측으로부터 학사정보를 전달받는 데도 유학생은 배제되거나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국제처에서 유학생들에게 발신하는 메일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까지 지원된다. 하지만 국제처 외 학교 측에서 발신하는 전체 메일은 대체로 한국어로만 전달돼 유학생은 학교에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학생에게 제공되는 수업 계획서에 2012년 자료가 사용돼 유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
학교 측에서 유학생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들 또한 실상을 들여다보면 유학생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데 부족한 점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한밀레’가 있다. 한밀레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상호 문화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제처에서 시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한밀레에 참여했던 중국인 유학생 주양<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7> 군은 “한국어 말하기, 듣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참여했지만, 한국 학생들은 영어로만 대화하려고 한다”며 “유학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심지어 사회봉사 학점을 채우기 위해 별다른 대화 없이 인증 사진만 찍고 헤어진 일부 한국 학생도 있다고 알고 있다”며 프로그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제처뿐만 아니라 교수학습지원센터나 글로벌다문화연구원 등에서도 유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능력 함양 프로그램과 전공 과정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홍보가 부족해 유학생들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방사기<언정대 정보사회학과 14> 군은 “학교 측에서 유학생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른다”며 “프로그램이 좀 더 다양해지고, 학교 측에서 적극 홍보를 해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량 지표가 아닌 현실을 고려해야 할 때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부터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도입했다. 인증제의 도입 취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관리의 모범적 기준을 제시하고, 국내 대학의 유학생 관리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역량 인증은 △유학생 및 외국인 교수 인원 △영어전용강좌 수 △중도이탈률 등을 반영한 정량 지표와 현장 평가를 통한 정성 지표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대학이 국제화 평가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정량 지표에만 치중해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관련 지표만으로는 대학의 현실을 반영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대학 내에 진정한 국제화가 이뤄지려면 교내 현실에 맞는 평가 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 서울캠퍼스 국제팀 릭 펀트<국제협력처 행정팀> 직원은 교내 언론(뉴스 H)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한국은 전반적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4년제 대학 입학제도가 잘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하며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생활을 도울 수 있는 통합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ERICA캠퍼스 국제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양 캠퍼스에 각 1명씩 외국인 유학생 전문 심리상담 인력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학생 관리시스템에 대해서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을 위해 시스템의 언어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많고 여러 국적을 가진 학생이 학교에 다닌다고 글로벌 대학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정한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학교 측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양적인 성장보다는 어떻게 질적 성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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