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관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약 열흘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대선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대선출마 선언, 캠프 꾸리기 등 자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사에서도 이들을 섭외해 다양한 방송을 구성하는 것을 보면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유독 이번에는 많은 방송에서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획을 시도했다. 이런 시도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후보를 일일이 만나 역량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언론이 해당 후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에게 질문을 하는 장(場)을 만들어 국민에게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몇몇 방송이 보여준 대선후보 검증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신중을 기해야할 후보 검증이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단연 실망스러웠던 프로그램은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이다. 면접관 역할로 등장한 패널을 뽑은 기준도 알기 어려웠으며 정책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도 거의 없었다. 중간 중간에는 후보 검증과는 전혀 관련없는 후보 딸의 스타성을 논하기도 했고, 특정 발음을 하지 못하는 후보를 놀리기도 했다. 또 후보들 중 누가 더 잘생겼는지, 정말 복근이 있는지 등 하물며 중?고등학교의 반장선거에서도 나올 것 같지 않은 수준 이하의 질문들도 난무했다.
물론 사람들이 딱딱한 정치얘기를 외면하기 때문에 예능의 방식을 빌려온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요즘에 ‘정치 예능’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선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벼운 관심에 그쳐서는 안된다. 대선후보는 다음 5년간 국정 운영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제대로 후보 검증을 하지 못한 결과가 작금의 사태로 이어졌음을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럴수록 언론이 중심을 잡고 더 철저히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공약과 후보를 중심으로 더 날이 선 질문을 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국민들이 어떤 합리적인 선택을 할지 도움을 주는 언론으로 거듭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