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게 되는 약?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공부 잘하게 되는 약?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 한대신문
  • 승인 2017.03.04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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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어” 에디가 그녀에게 말했다. “먹고 나면 뭘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약을 먹고 30초가 지나자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 눈이 번쩍 뜨였어.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야.” 
영화 <리미트리스>에서 주인공 에디는 우연히 알약 한 알을 복용한 순간 인지 능력이 급상승한다. ADHD의 약물치료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각성제가 많이 처방된다. 주로 쓰이는 약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이하 MPH)로 ’리탈린’, ‘콘서타’ 등의 상표명으로 판매된다. MPH는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각성, 피로방지, 주의력 향상 등의 효과를 일으킨다. 두 가지의 신경전달물질에 동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복용 1시간 내외로 빠르게 약효가 나타난다.

공부 잘하게 되는 약으로 오남용되는 현실
MPH는 이처럼 주의집중력을 올려 ADHD를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전문의약품으로, 복용을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카페인보다 강력한 각성효과를 지닌다는 특성 때문에 MPH를 비롯한 ADHD 치료약물들이 이른바 ‘공부 잘하게 되는 약’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2009년 식약청의 조사결과 한국인 5명 중 1명이 소위 ‘공부 잘하는 약’을 복용해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아 심리상담센터에 의하면 캐나다는 16년 사이에 MPH 처방이 7배 증가했으며, FDA 조사결과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는 25%의 학생이 복용하고 있었다.
 

▲ 사진1) 수능을 앞둔 10월에 정점을 찍고 11월부터 급감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어떻게 전문의약품이 오남용될 수 있는 걸까? 우선 의료기관의 처방 남발을 들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만 18세의 MPH 처방 건수가 64% 증가했다. 또한 청구금액이 2월(4,725만원)에 비해 10월(9,021만원)에 2배로 늘었다가 11월에 5,000만원대로 급감했다. 이는 ADHD가 단기간에 치료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고3이 되면 전체적으로 처방건수가 증가하며 수능 직전(10월) 정점을 찍고 수능 직후(11월) 감소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주간동아 취재결과, 정신과를 찾아가 약을 달라고 하면 주의사항만 일러주고 약을 처방해주거나 학부모의 말만 듣고 아이의 약을 처방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쉽게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구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거래되는 암시장이 있음을 의심할만한 글도 눈에 띄었다.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김해암 <코넬대 의대> 교수는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부모가 보내준 MPH를 매매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증언했다.
 

▲ 사진 2) ‘콘서타 삽니다' 검색 결과이다. 관련검색어 ‘콘서타 판매‘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그러나 MPH를 함부로 복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면장애, 불안, 식욕저하가 있으며, 심하면 신경과민에 따른 환청과 정신착란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상담심리사 신정미 씨는 ADHD 환자가 먹어도 부작용은 나타날 수 있으나, 정상인은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상인은 ADHD 환자와 달리 이미 도파민 농도가 충분하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면 도파민 농도가 과도해져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식약처에서는 △발작 △시야혼탁 △고열 △혼수상태를 경고하고 있다.
MPH는 장기복용에 대한 연구가 충분한 약물이 아니다. 연구결과들 간에도 조금씩 이견을 보이고 있어 무해성 및 안정성이 완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해 복용을 감행하기에는 지나친 도박인 셈이다. 실제로 계속해서 새로운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다. 2015년, 식약처는 경고사항에 통증성 지속 발기증을 추가했다. 2016년에는 간부전, 간기능 장애 등이 새롭게 보고됐다.

 

 

성적은 약으로 올리는 게 아니다
MPH는 중추신경에 작용해 정신기능에 영향을 주는 향정신성약물이다. 또한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현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이다. 그럼에도 암암리에 쉽게 거래되고, 큰 고민 없이 함부로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 비해 정도는 덜하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MPH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 있다. 하지만 혹여나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순간의 욕심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간부전, 간기능 장애 등 새로운 이상반응도 보고된 바, MPH를 비롯한 ADHD 치료약물은 꼭 복용이 필요한 사람만이 전문의의 신중한 처방을 받아 먹어야 할 것이다. 

도움: 상담심리사 신정미 씨
사진1출처: 닥터더블유 
사진2출처: 구글, ‘콘서타 삽니다’, https://www.google.ca/?gws_rd=ssl#newwindow=1&q=%EC%BD%98%EC%84%9C%ED%83%80+%EC%82%BD%EB%8B%88%EB%8B%A4&*, (2017.3.3)
자료출처: 약으로 집중력 높여 그러다 자녀 잡을라 (주간동아 470호) (200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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