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선택할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선택할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하다
  • 김도렬 기자
  • 승인 2017.03.04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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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권법 분야의 개척자 / 박찬운 교수

 

신문의 사회면, 각종 토론의 주제, 공무원 시험지 등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는 인권은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하지만 인권이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기자는 한국 인권법 분야의 권위자인 박찬운<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박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이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인권의 개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십 년간 법률가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 그의 삶과 함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변호사는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박 교수는 박승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퇴진 운동을 주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전두환 정권 최대의 인권유린사건이었던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그 책임자인 강민창(당시 치안 본부장)의 변호를 박 회장이 맡자, 108명의 변호사가 이에 반발해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나선 것이다. 당시 박 교수는 직접 퇴진 성명문을 쓰는 등 퇴진 운동에 적극적이었고, 자연스럽게 당시 퇴진 운동을 주도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합류하게 된다.
박 교수가 민변의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노태우 정권 때로, 여전히 군사정권의 권위주의가 남아있었다. “당시는 반정부적인 시각을 가진 세력에 대한 탄압이 매우 심하던 시기였어요. 사회와 정부에 신념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단순히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끌려갔죠. 인권신장을 중시하는 저와 민변의 여러 변호사는 그런 양심범들을 대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인권 변호사’라는 지칭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사란 기본적으로 인권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것이 의무예요. 특정 변호사들만을 인권 변호사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별한 현상이라고 봐요.”
 

▲ 박 교수는 지난 가을, 인권을 이해하기 위한 교양서적 「자유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이 책은 박 교수의 교양 수업 교과서이기도 하다.

 

자유는 행복의 원천
기자가 추상적으로만 이해했던 인권이란 과연 무엇일까? 수십 년간 인권 분야를 개척했던 박 교수는 인권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인권은 자유와 독립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지는 모든 권리 중 자유와 독립이 가장 핵심이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행복해질까요? 저는 각자가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선택하며 살아갈 때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인권의 핵심입니다.” 박 교수는 평소 자신의 수업을 통해 독립적인 삶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인권법의 권위자, 교육자가 되다
십여 년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로 활약했던 박 교수는 2005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정책국장이 됐다. 그곳에서 주로 인권법에 대해 연구하던 박 교수는 대학에서 청년들과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그는 2006년에 모교로 돌아와 교육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지만, 일반 학부생들과의 소통도 활발하다고 한다. “대학원생보다 학부생이 제 연구실에 많이 찾아와요. 찾아온 학생들과 진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도 같이합니다.” 그런 박 교수의 스타일 덕분일까, 그가 매 학기 진행하는 교양 과목 ‘자유의 인문적 사색’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기로 유명하다. “제 수업은 고전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선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박물관 견학도 가고 학생들의 글쓰기를 봐주는 등 진심으로 학생과 교감을 가지고 소통을 한 덕분인지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실제로 해당 과목은 강의 평가에서 100점을 받기도 했다. “인권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할 강의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요.”
박 교수의 교육 목표는 학생이 진정한 자유를 지닌 교양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궁극적인 인간의 목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습관은 운동입니다. 몸과 정신은 분리된 것이 아니에요. 아무리 강건한 정신을 가지고 있어도 몸이 받쳐주지 못하면 쓸모없게 돼버립니다.” 그는 건강한 육체가 있어야만 건강한 정신 역시 깃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독서하는 습관이다. 독서는 습관이기 때문에 꾸준히 책을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습관은 바로 여행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 다니는 독서입니다. 세상과 자연은 어쩌면 거대한 책이며 여행은 그 책을 읽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더불어 그는 이러한 습관과 방식을 통해 기른 교양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교양 있고, 전공 지식이 많다고 해도 그 결과물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으면 그 사람을 우리 사회가 인정할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이 대학 시절에 말과 글쓰기만큼은 꼭 관심을 가지고 훈련을 받았으면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법률가
기자는 법률적 조예가 깊은 박 교수에게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이에 그는 현행헌법이 한국 사회를 지탱하기엔 한계가 왔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촛불 민심을 필두로 한 현 시국의 종착점이 결코 대통령 탄핵은 아니라고 봅니다. 탄핵을 넘어 국민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좋은 사회, 또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것을 위해선 개헌이 절실한 시점이죠.” 특히 박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로 인해 훼손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조항들을 새 헌법에 넣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더불어 그는 인권 신장을 위해선 대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학생들이 과거의 청년들보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청년들이 좀 더 사회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내야만 정치인들도 청년들을 인식하게 됩니다. 투표권을 행사하세요. 그것이 인권신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최소한의 방법입니다.”
 

▲ 박 교수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와 독립’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지름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김도엽 기자 j5259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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