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김종량 이사장 신년호 축사
한양대학교 김종량 이사장 신년호 축사
  • 한양대학교 이사장 김종량
  • 승인 2017.01.01
  • 호수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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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학교 이사장 김종량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날을 맞이하며, 올해도 우리 한양 가족 모두와 그 가정에 더 큰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올해는 정유년은 닭의 해입니다. 옛 선인들은 닭은 다섯 가지 덕(德)을 지닌 동물이라 여겼습니다. 관(冠)처럼 생긴 닭의 벼슬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문무를 겸비하였다고 하였으며, 상대와 맞서 날래게 싸우는 것은 용감할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꼬꼬꼬 울어 무리를 부르는 것은 어질 인(仁), 그리고 늘 새벽이 옴을 알려주는 울음소리는 믿을 신(信)을 상징하는 것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 선인들은 여명의 닭울음 소리가 울리면 어둠 속에 있던 모든 사악하고 부정한 것들이 모두 놀라 달아난다고 믿었습니다. 정유년 새해에는 동이 트고 있음을 알려주는 닭울음 소리에 어둠이 물러가듯, 지금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이 어둠과 혼란이 모두 훤하게 걷히고 새날이 밝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사랑하는 한양가족 여러분!
지난 한 해 우리 한양은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여러 대외 평가에서 뛰어난 결과를 얻었을 뿐 아니라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졸업생들의 진출이 두드러진 한해였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그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애써오신 한양 가족 여러분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새해를 맞이하며 올 한해 우리 한양 가족들이 가져야 할 마음과 한양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지금과 같이 사회가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우리 한양 가족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응원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가족일터이고 다음에는 직장의 동료들이며 폭을 넓히면 우리의 모든 이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간 순간 우리는 이러한 우리 삶의 존재의 이유를 놓침으로써 허무한 삶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삶이 보다 고귀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우리의 삶의 열정이 쓰여지는 것은 내 삶 자체가 그만큼 고귀해지는 일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 한양의 건학정신인 ‘사랑의 실천’은 바로 다른 사람의 삶을 고귀하게 할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자신의 삶도 아름다워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 한해 우리 한양 가족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이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둘째, 올해 우리 한양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 X’라는 연구소의 책임자 애스트로 텔러는 “10배 더 큰 목표는 10배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때로는 목표를 더 크게 잡는 것이 더 쉬울 때가 있다. 10% 개선을 목표로 하면 현 상태를 지키려고 든다. 그렇지만 10배를 개선하겠다고 생각하면 기존의 방법을 다 폐기하고 관점 자체를 바꿔 용기와 창의성으로 무장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개선’이라는 말이 가진 함정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것이 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선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2016년 초, 일명 다보스포럼이라고 일컬어지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화두로 제시된 ‘4차 산업혁명’은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사회적 변화에 우리 한양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결국 우리의 대응은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며 조금씩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다보면 결국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봅니다. 올해는 우리 한양이 관점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셋째, 이제 우리 한양은 ‘어떻게’라는 물음보다는 ‘왜’라는 물음을 다시 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한양은 ‘어떻게’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두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성취가 이루어지고 난 후에는 반드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다시 한번 ‘무엇과 어떻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을 더욱 확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는 다시 말해 Efficiency 효율성에 관한 질문이라면, ‘왜’는 Mission 소명의식에 관한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소명의식만큼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효율성에 매몰되어 소명의식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한양은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조직과 해야 할 일들을 효율화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한양을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왜 교육을 하는가, 어떤 인재를 기르는 것이 우리의 소명인가, 왜 연구를 하는가, 어떤 연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 한해 우리 한양의 가족들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한양이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할 뿐 아니라 개인 모두의 삶도 더욱 확고한 방향을 가졌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사랑하는 한양 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혼란의 어둠 속에 빠져있습니다. 사회 곳곳의 모든 일들이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러나 앤드류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은 “삼류기업은 위기에 의해 파괴되고, 이류 기업은 위기를 이겨내며, 일류 기업은 위기로 인해 발전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가 이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새해 첫날을 맞이하며 저는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한양 가족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희망가
문 병 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이 시처럼 눈 덮인 겨울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는 법입니다. 올 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 한양 가족들이 행복과 건강의 뿌리를 깊게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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