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시대, 우리는...
음모론의 시대, 우리는...
  • 박다함 기자
  • 승인 2016.12.29
  • 호수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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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혼란의 순간마다 퍼졌던 음모론’

대한민국은 지금 음모론으로 뜨겁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네티즌 사이에서 퍼진 최 씨 대역설과 곰탕 암호라는 음모론, 일부 보수세력이 언급한 ‘태블릿 PC 사건은 조작이고 보수권력을 무너뜨리려는 정치공작이다’까지 여러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세월X의 늦은 업로드에 대해 외부개입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기 힘든 혼란의 시대다. 이번 호에서는 음모론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사람들은 왜 음모론을 믿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음모론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음모론의 특징 파헤쳐보기
사실 음모론은 정치적인 의미에서 1) 권력을 지닌 2) 둘 이상의 사람들(음모집단)이 3) 어떤 뚜렷한 목적을 위해 4) 비밀스런 계획을 짜서 5) 중요한 결과를 불러올 사건을 일으키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세간에 떠도는 음모론은 제기 주체가 불분명하고 온라인이라는 공론장에서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치적 음모론과는 다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리가 음모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1) 주체가 불분명하고 2) 기존의 관점으로 설명이 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3) 개별적이고 우연한 것들을 단서로 사건의 원인을 찾아4) 음모론 주장에 부합하면서도 반박하기 어려운 증거를 근거로 제시하는 특징을 지닌다.
온라인에 떠도는 ‘세월호 인신 공양설 음모론’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음모론을 제기하는 주체가 누군지 알 수 없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 SNS에 떠도는 정보만 존재한다. 또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단서로 해답을 제시한다. 위 사건의 경우 사실적 근거로 보여질 수 있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의 연관성 △박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를 ‘고귀한 희생’이라고 표현한 점 △세월호 출항 전 배가 변경된 것 △세월호 출항 시 안전 관련 선원 대부분이 입사 첫날 항해한 점 △최태민의 사망 20주년이 2014년이었던 것 등이 있다. 그럴듯한 근거로 보이는 개별적이고 우연한 것들을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음모론이 유언비어나 괴담과는 어떻게 다를까? 음모론은 더 큰 개념으로 유언비어나 괴담을 포함한다고 보면 된다.

사람들은 음모론을 왜 믿을까?

▲ <그래프 1> 출처 : 엠브레인
음모론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신뢰할까? 조사업체 엠브레인과 동아일보가 20∼50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무려 74.5%가 음모론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대답했다. 특히 남성(66.5%)보다 여성(82.5%)들의 확신이 컸다. 연령별로는 20대(68%), 50대(67%)보다 30대(80%)와 40대(83%)가 더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컸다.
사람들은 왜 음모론을 믿는 걸까? 첫째, 단순 유언비어로 여겨지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박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부터 제기되던 비선 실세 존재가 대표적이다.
둘째, 음모론은 기존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사건을 설명해준다. 심리적으로 인간은 발생한 고통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 안정감을 얻으려고 한다. 그래서 고통의 원인이 되는 어떤 사건을 발견했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천안함, 세월호 같은 사건의 경우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인지적·심리적 간극이 발생한다. 음모론은 이런 간극을 단순명료하게 해결해준다.
셋째, 공권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윤성이<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편 가르기 정치’가 음모론을 부추기고 사회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주위 사람에게서 얻는 정보만 믿게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메르스, AI 등 각종 재난에 무능력하게 대처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공식 입장보다는 음모론에 대한 자의적 판단으로 불확실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욱 음모론을 믿게 된다.
넷째,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조사한 언론인의 신뢰도(5점 척도: 1점 ‘매우 낮다’ ~ 5점 ‘매우 높다’)는 2012년 2.81, 2014년 2.68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한 ‘한국 뉴스 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10가지 지표’ 결과에서 한국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세 미만 비율은 10%, 35세 이상 비율은 28%로 조사 대상 26개국 중 22위로 하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기성 언론의 뉴스보다는 인터넷 블로그, SNS,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자의적으로 정보를 선택한다.

음모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그래프 2> 출처 : 네이버 트렌드
위기와 혼란의 순간에 음모론, 유언비어, 괴담은 언제나 판을 쳤다. 옆에 그래프 2를 보면 고(高)점을 찍는 시기에 음모론, 유언비어, 괴담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사회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졌다. 이럴 때마다 음모론은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여겨졌다. 우리는 지금 수많은 음모론을 마주하고 있다. 누군가는 음모론을 신뢰할 수도, 누군가는 단순 괴담으로 치부할 수 있다.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음모론의 사실 여부 판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음모론에 대처하는 태도다. 개인은 음모론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하며 음모론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은 무너진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관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2016년 우리는 수많은 음모와 거짓을 마주했고 그 안에서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2017년 역시 수많은 거짓 속에서 사실을 발견하길 희망한다. 대한민국을 밝히는 촛불은 진실을 밝히는 순간까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거짓의 어둠은 결코 진실의 빛을 이길 수 없다. 

참고문헌: 도서 『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문학과지성사 (2014)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한국 뉴스 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10가지 지표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출처:  ‘음모론’ 엠브레인, 동아일보 공동설문조사
 네이버 트렌드 http://datalab.naver.com/ca/step1.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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