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사랑받는 검찰이 되고싶다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검찰이 되고싶다면
  • 박영빈 기자
  • 승인 2016.12.29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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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의 중심인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대하여

지난 9월 29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미르·K스포츠재단이 청와대의 지시로 합계 8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모았다는 의혹을 밝혀내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이 바로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까지 오게 된 시발점이다. 지금의 검찰은 특검 등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나, 앞서 말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의혹 당시에는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한동안 많은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지금의 검찰에는 먼지떨이식 수사 관행, 과도한 권한 집중, 무책임한 수사, 정권의 하명수사, 검찰 인사시스템의 한계 등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때도 하명수사가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번 호 기사에서는 검찰의 문제들, 그 중에서도 과도한 권한 집중의 근본에 있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 먼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Q&A 법률용어
사인 : 개인 자격으로서의 사람
소송 : 재판에 의해 사인 간 또는 국가와 사인 간의 분쟁을 법률적으로 해결·조정하기 위해 당사자를 관여시켜 심판하는 절차
소추 : 법원에 형사사건에 대한 재판을 요구하거나 고위 공무원에 대한 탄핵을 발의하는 일
공소 : 검사가 법원에 형사사건의 재판을 요구하는 소송행위
공소와 기소 : 공소를 제기하는 행위를 기소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검사가 법원에 공소장을 내면 이를 ‘기소하다’ 혹은 ‘공소를 제기하다’라 말한다.
불기소처분 :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결정

PART 1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국가기관만이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국가소추주의를 전제로 한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6조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기소독점주의는 유죄가 인정된다고 예상되는 형사사건에 대해 ‘검사만이’ 국가를 대신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소독점주의는 검사만이 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공소제기에 대한 획일적인 소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검사는 법률의 전문가이자 공익의 대표자이므로 피해자의 순간적인 감정이나 이해관계 등에 의해 형벌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일본등과 같은 나라에서도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47조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우리나라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소편의주의는 객관적 혐의가 있음에도 범인의 연령, 지능, 동기, 정황 등의 사유에 따라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려도 괜찮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기소재량의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의 국가도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기소편의주의는 사건의 상황이나 특성에 따라 기소여부를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범인의 재사회화, 범행의 결과나 사회적 영향 등의 사항을 참작해 특별예방과 일반예방에 기여한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불필요한 기소를 억제해 소송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PART 2 문제는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는 분명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검찰이 기소권한을 독점하고 기소재량권을 지녔을 때, 부당한 기소나 부당한 불기소처분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부당한 기소와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논의를 사례와 함께 순서대로 살펴보자.
일단 ‘부당한 기소’의 사례가 될 수 있는 사건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철거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용역업체, 경찰 간의 충돌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사고 당시의 폭력문제, 안전대책, 경찰의 과잉 진압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에겐 형사책임을 묻지 않았다. 세입 농성자, 용역업체 직원에 대해서만 특수공무집행치사죄 등을 적용해 기소할 뿐이었다.
부당한 기소에는 첫째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은데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그 다음으로 기소유예를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소추재량권을 일탈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 셋째로 동일한 범죄의 다수의 피의자 중에서 일부 피의자만 선별해 기소하는 불평등기소, 차별기소가 있다. 앞선 사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들에 대해서 검사의 공소권행사가 형식적으로는 적법하더라도 실질적으론 자의적 행사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소기각 또는 형식재판으로 종결할 수 있다는 공소권남용론이 이론적으로 채택된 상태다. 즉 공소권남용론은 부당한 기소를 막기 위해 생겨난 이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편 ‘부당한 불기소처분’의 경우는 어떠한가? 1993년, 정승화 등은 12·12 군사쿠데타,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해 전두환 외 33명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검찰청은 이에 1994년까지 수사를 진행한 후 전두환 등에 “위 피의자 등을 기소하는 경우 재판 과정에서 과거사가 반복 거론되고 법적 논쟁이 계속돼 (중략) 이러한 혼란상은 결국 장래적으로 국가 안정을 저해하고 국가발전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했다.
이러한 검사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을 막기 위해 현재는 몇 가지 통제방안이 있는데, 먼저 검찰항고제도가 있다.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만이 있는 경우 관할고등검찰청장에게 재심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재심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검찰청에까지 재심요구를 할 수 있다. 또 재정신청제도가 있다. 재정신청은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고등검찰청에 신청하는 것이며, 그 마저도 불복 시에는 마지막으로 고등법원이 가려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이다.
정리해보면 부당한 기소에 대해서는 공소권남용론이, 부당한 불기소처분의 경우에는 재정신청제도와 검찰항고제도가 있다. 그러나 과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소권남용론은 해석론 차원에 그치며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유형이 매우 적다. 또한 형식재판으로 소송을 귀결시키는 요건이 까다로워 공소권남용론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통제안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 2010년 검찰 개혁 이전까지 부당한 불기소처분의 경우에는 검찰항고, 재정신청 등 나름의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었으나 부당한 공소제기에 대한 통제장치는 전무한 상태였다. 이후 검찰시민위원회제도가 도입돼 이런 부분을 보완했다고 하나 아직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검찰시민위원회제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도록 하겠다. 검찰항고제도에서는 고등법원에서의 재항고가 기각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시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정신청제도에서도 대검찰청 재항소가 기각될 경우에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 또한 검사가 불기소처분한 사건의 공소유지를 같은 검사가 담당하도록 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점은 검사가 공소유지를 불성실하게 하는 폐단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

PART 3 해결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는 무엇이며 각각의 장·단점과 현재의 문제점까지 살펴봤다. 이제 어떻게 남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검찰시민위원회제도를 살펴보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추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검찰시민위원회란?
검찰시민위원회는 앞서 언급한 기소독점주의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대배심제도와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바탕으로 2010년에 신설한 위원회다. 이는 2010년 검사 성접대 사건 이후 논의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전국 약 1,400여 명의 위원이 위촉돼 활동 중이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1명 이상, 15명 이하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위촉하며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위촉될 수 있도록 직업이나 연령 등을 고려한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사의 요청에 따라 △공소제기의 적정성 △구속취소의 적정성 △구속영장 재청구의 적정성의 사항 △불기소처분의 적정성의 사항을 사전 심의한다. 재정신청, 검찰항고 등이 사후적 통제장치라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사는 사전적 통제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언급됐던 공소제기의 적정성과 불기소처분의 적정성의 경우 △부정부패 사건 △금융·경제사건 △강력사건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들에 대해서만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따라서 심의대상사건이 매우 한정적이다.
또한 현행상황을 보면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모든 위원회 에서는 2013년 평균 10.58회, 2014년 평균 10.56회밖에 회의가 있었으며, 각각 20.31건, 20.41건의 안건을 심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대배심제도
미국에서는 법원에서 선정한 배심원 20여 명이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에 대한 검사의 기소의견을 심리해 기소여부를 평결한다. 특히 사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의 경우 필수적으로 대배심절차를 거치며, 기타 중죄의 경우도 피고인이 대배심 심리를 받을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배심절차를 거친다. 여기서 검사는 대배심에 출석해 배심원들에게 사건의 개요나 피의자에 대한 범죄성립요소들을 설명한다. 대배심 절차에서 검사는 법적 조언자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또한 중죄에 대해 실제로 범죄가 저질러졌는지, 피의자가 실제로 범죄를 범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증인이 특정한 시간, 장소에 출석해 증언하도록 명령하는 증인 소환장, 물적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는 문서지참 소환장 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소추주의,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일본도 검찰의 공소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됐었는데 미국의 대배심제도를 대폭 수정해 검사심사회법을 제정했다. 일본의 검사심사회도 미국의 대배심제도와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선발된 일반인들로 심사회가 구성된다.
검사심사회는 불기소처분의 당부심사와 검찰사무의 개선 건의 등을 심사한다. 불기소처분의 당부심사는 범죄의 피해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를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 검찰에게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증인을 불러 신문도 할 수 있다. 또한 법률지식이 필요한 경우 변호사 중에서 심사보조원을 위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사에는 심사원 전원의 출석이 요구되며 과반수 찬성으로 불기소당부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검찰심사회가 불기소부당의 결정을 내리면 검사장은 주임검사를 지정해 다시 수사한다. 그리고 다시 검사는 기소여부에 대해 검찰심사회에 통보해야한다.

해결책은 있는가
우리나라의 검사시민위원회제도는 검사의 수사나 기소를 통제하려는 제도라기보다는 부당한 영장기각에 국민을 참여시켜 바로잡아보려는 의도다. 하지만 구속 여부의 경우 수사초기단계에 문제시 되는 부분인데, 무죄추정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돼야하는 수사초기단계에서 시민에게 피의자의 혐의를 알리는 것은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검사시민위원회는 실효성뿐만 아니라 그 적격여부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전적 국민참여제도보다는 사후적 국민참여제도가 좀 더 논의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정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검사의 불기소처분 내지 자체 수사종결처분에 대해 의혹이 생길 수 있는 형사사건을 중점으로 사후적 국민참여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논의돼야 한다.
정광현<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성자체에 민주주의를 반영한 검찰 권력이 수립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대로인데 별도로 대배심제, 검찰시민위원회 등의 시민참여형제도가 도입된다고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정 교수는 검찰총장의 인사과정과 검찰인사위원회에 대해 민주주의적 의사반영이 올바르게 행해지는 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제도의 보완은 있되, 다른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적 토대 위에서 정당한 검찰 권력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튼튼한 기반 위에 지어진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튼튼하지 못한 기반 위에 지어진 집은 어떠한 것을 덧대도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박영빈 기자 po4857@hanyang.ac.kr
정광현<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고 문헌: 『우리 국민의 바람직한 수사 참여 방안 연구
-기소배심의 도입 타당성을 포함하여-』 (손동권, 2012)
『검사의 부당한 공소제기를 방지하기 위한 미국
기소대배심제의 수정적 도입에 관한 연구』 (이성기, 2013)
『검사의 소추재량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
(김재윤, 2009)
『공소유지변호사제도의 재도입에 관한 연구』
(양경규, 2015)
『우리나라 기소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
(김하중, 2014)
『기소배심주의에 대한 고찰』 (김동혁, 2013)
도서 이은모 저『형사소송법』, (2014, 박영사)
도서 임동규 저『형사소송법』, (2015, 법문사)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Print/160503,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3&nNewsNumb=002429100006,
http://news1.kr/articles/?2790746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1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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