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알아보기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알아보기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6.12.09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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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여러 논란이 있었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하 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일 양국이 맺는 첫 번째 군사협정으로서 그 의미가 깊다. 군사 정보력 강화를 위해 본 협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일각에서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발생한 원인인 현 정부가 협정을 추진할 정당성이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근래 일본의 우경화로 인한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 청산 문제 등으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반감 역시 만만치 않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란?
정보보호협정은 북한군과 북한 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 등을 한‧일 양국이 공유하고자 추진된 협정이다. 본 협정은 △한‧일 양국 간 군사정보의 비밀 등급 분류 △정보 열람권자의 범위 △정보전달과 파기방법 △정보 분실 및 훼손 시 대책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10년 일본 정부로부터 정보보호협정 체결 제안이 있었고, 그 후 이명박 정권에서 꾸준히 한‧일 양국 정부의 실무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본래 2012년에 협정이 체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에 밀려 체결을 연기했고, 협정은 잠정 유보 상태에 빠지게 됐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한‧일 정보보호협정 논의가 다시 제기됐다. 지난 1월과 9월에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정보 능력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일본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일 정보보호협정 연내 체결을 요청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는 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재개됐다. 이후 11월부터 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실무협의가 진행됐고 지난 23일 협정 체결이 완료됐다.

밀실 추진, 일방적 강행의 문제
협정 추진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상현<현대한국연구소> 연구 조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입장에 있다”며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은 한국의 우호국이자 우방국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과 사실상 일당제 독재국가로 변모한 러시아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정착된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의 관계는 과거사 문제로 인해 발목을 붙잡히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명목상으로 과거사 청산에 합의한 관계이긴 하나, 국민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여전히 한‧일 양국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우경화와 그릇된 역사 인식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반감 역시 존재한다. 이 교수는 “정보보호협정이 무산된 이유는 한국의 반일감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포기하는 대신 밀실 추진을 강행해 본 협정을 체결하고자 했으나, 결국 여론에 밀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한‧일 외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협상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와 당사자들이 모욕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배상액도 문제가 됐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현재 정부는 박 대통령의 비리로 인해 정권의 존립 여부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의 협정 체결 강행은 반정부 여론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협정 자체 실효성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협정 체결 반대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보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안보이익을 우선시해 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양국이 보유한 정보 자산이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고위 탈북자 등을 통해 확보한 인간 정보(HUMINT) 및 통신감청 정보에 강점이 있다. 반면 일본은 정찰위성을 5기, P-3C 해상 초계기 77기를 갖고 있어 영상정보(IMINT) 및 북한의 SLAM 잠수함 정보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번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통해 양국 정보공유의 신속성을 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일본이 수집한 북한 관련 주요 정보가 미국을 통해 한국으로 전달되다 보니 지체되는 시간이 많았지만, 협정 체결 이후 직접 정보공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이 교수는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비례해서 일본 측도 우리에게 그에 합당한 정보를 제공해 주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대북 관련 고급정보를 일본 측에 제공해 주게 된다든가, 일본의 정보 능력에 의존하게 된다는 등의 비판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와 상반되는 의견도 존재한다. 바로 일본의 대북 정보력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다. 일본이 첨단 장비를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지리‧문화적 요건에 의해 한국의 대북정보력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 밖에도 지난 8월 3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졌으나 일본이 발사 여부와 추락 지역을 관측하지 못하여 일본의 정보력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보보호협정 체결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목받고 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국군과 자위대 간에 군수물자를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이는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의 수송기나 함정 등이 국군과 미군의 작전 지원을 위해 투입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북한의 핵 도발과 중국의 공세적 군사 행보라고 하는 안보정세 하에서 한‧미‧일 3국 간의 안보협력은 더욱 긴밀화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군사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호군수지원협정 역시 2012년 정보보호협정과 함께 추진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기에 가까운 장래에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는 협정의 효력 범위를 한정시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인도적 지원, 재난구조활동 등의 분야에만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발동되도록 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대결구도는 심화될 것인가?
본 협정이 체결된 이후 앞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강국들의 공세적 군사 행보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한‧미‧일 동맹 강화가 대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의 아시아 두 동맹인 한국과 일본 간의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환영한다”며 “이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양국 간은 물론 한‧미‧일 3국 간의 협력도 강화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중국 국방부 월례브리핑에서 양위 쥔 대변인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서명에 대해 “동북아 지역에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어 협력하는 시대의 조류를 위반하는 행위”라 언급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정보보호협정은 한‧일 양국 간의 정보교환과 관련된 기술적인 협정일 뿐”이라며 “너무 지나치게 외교적으로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변화의 바람에 대처하기 위해서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해 한‧일 양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액과 함께 아‧태지역에서의 미군 역할 축소 등의 전망이 예측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동아시아의 정세와 힘의 균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 중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 핵 문제와 불안한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고려했을 때 일본에 대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되, 국익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은 협력을 도모해 나가는 현실적이고 냉정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보통국가화*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동북아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해 평화를 지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국민 정서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보통국가화: 일본 우익사관에서 ‘전쟁을 할 권리’를 인정받는 나라가 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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