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순실증’을 이겨내자
[기자사설] ‘순실증’을 이겨내자
  • 한대신문
  • 승인 2016.12.04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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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겨레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이후 JTBC의 보도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까지 최 씨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범국가적인 중요한 의제가 됐다. 국가의 정책이나 사업 계획과 같이 중차대한 사안들이 한낱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 청와대 밖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말 “이러려고 국민 했나?” 싶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오히려 혐의만 늘어날 뿐 조금도 나아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 씨의 손이 뻗친 곳은 정치계만이 아니었으며 경제·문화·체육·연예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향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최 씨와 관련된 키워드가 계속해서 오르내리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실체화되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혐의가 밝혀졌나 스마트폰 속 뉴스를 수시로 확인하는 일이 국민에겐 일상이 돼버렸다.
전례 없는 스캔들 속에서 우리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로감에 잠식돼 정작 분노하는 데에 써야 할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행해졌다는 사실에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또한,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모여 목소리를 높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분노를 멈춘다면 역대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조용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인 부정부패의 고름이 마침내 부풀어 올랐다. 지금 그 고름을 터뜨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라는 살덩이는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좋은 선례로 남겨 더 이상 국민은 부정부패와 희롱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날씨는 추워질지라도 촛불의 온도는 아직도 더 뜨거워질 수 있다. 비록 비정상과 몰상식이 만연한 작금의 사태가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격언을 붙잡고 끝을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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