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성 소수자 인식 조사 보고서
한양대 성 소수자 인식 조사 보고서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6.11.21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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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한국 사회의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개방적으로 변화했다. 민주주의가 고도화되며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집단이나 하위문화가 등장했고, 사회적 다양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 소수자와 관련된 인식은 여전히 극단적인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성 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입장에 서지 않더라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 소수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성 소수자 개념이 생물학적 성을 비롯해 성적 정체성, 성적 지향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84%의 학생이 ‘알고 있다’, 16%의 학생은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지훈(가명)<하이퀴어(Hy-Queer)> 회장은 “사실 성 소수자를 구분 짓는 것은 당사자들도 알기 힘든 복잡한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성적 지향은 △동성애 △무성애 △범성애* △양성애 △이성애와 같이 선천적인 개인의 성적 끌림이 기준이 되는 용어다.

반면 성적 정체성은 성적 지향과 비슷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이는 성적 지향과 마찬가지로 성적 끌림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성적 정체성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와 함께 사회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표출하는지도 고려한다.

한편 성 정체성은 또 다른 개념이다. 성 정체성은 자신의 젠더*에 대한 깨달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남성 정체성, 여성 정체성 그리고 젠더퀴어 정체성으로 나뉜다. 젠더퀴어는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으로 구분된 성 정체성이 아닌 중성적인 젠더를 의미하며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자신의 신체적인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면 시스 젠더(Cisgender), 신체적인 성과 성 정체성이 반대라면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부른다.

그래프1에 대해 김 회장은 “성 소수자의 존재가 가시화됐음을 알 수 있는 통계 수치”라며 “과거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성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래프1을 보면 약 75.6%의 학생들은 국내 성 소수자 비율이 ‘0~10%’와 ‘11~20%’에 이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주위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약 27.6%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성 소수자에게 있어 커밍아웃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결정일 수밖에 없기에 생각보다 높은 비율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방화됐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성 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관용적인가?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묻는 그래프2의 통계를 보면 ‘매우 나쁨’이라는 응답이 약 16%, ‘나쁨’이라는 응답이 63.4%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많은 학생이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성 소수자 차별문제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올랜도 클럽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동성애 혐오 범죄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성결혼 법제화나 군 형법상 추행죄에 대한 판결 같이 거시적인 면에서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지만, 성 소수자 정체성이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장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래프3에 대해 김 회장은 “생각해본 적 없다는 부동층의 응답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래프3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약 46.4%, 부정적인 답변이 약 27.9%, ‘생각해본 적 없다’는 답변이 약 17.2%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막상 성 소수자 문제에 직면하게 됐을 때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며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을 한 사람들이 언제든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 그래프의 기타 항목에는 ‘살인 충동이 든다’, ‘혐오감이 든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 인물이 아니라면 상관없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지는 않으나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이해하고 싶다’, ‘부자연스럽지만 용인해야 한다’ 등의 중도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학생들도 많았다.

성 소수자 문제, 법제화는 이뤄질 수 있을까?

‘성 소수자 차별이 인권 문제라고 볼 수 있는가?(그래프4)’라는 질문에 대해서 약 80.2%의 학생이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대다수 학생이 성 소수자 문제가 인권 문제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많은 학생이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공감하며, 성 소수자 차별을 인식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제화 문제에 대해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성 소수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그래프5)’라는 질문에 약 55.6%의 학생이, ‘동성결혼이 합법화돼야 하는가?(그래프6)’라는 질문에는 약 55.9%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인권 문제(그래프4)에 비해 긍정적인 응답의 수치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이에 김 회장은 “법제화에 대해 무게감을 느끼는 응답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법제화에 대한 이해와 필요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회적 합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가 개면 무지개는 피어난다

김 회장은 “요즘에는 성 소수자를 옹호하는 것이 쿨한 것이며, 혐오적인 태도는 몰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응답자들이 솔직히 답변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이 성 소수자에 대해 추상적으로는 인정해야 한다고 인식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성 소수자의 정체성이 드러나거나 법제화 같은 사회적인 문제가 대두했을 때는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개선이 여전히 필요함을 지적했다. 성 소수자 문제는 아동, 여성,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나 다른 소수자 집단과도 무관하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사회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 있는지, 앞으로 성 소수자 담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범성애:사람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정체성 또한 신경 쓰지 않으며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젠더: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형태의 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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