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민주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 김채연 기자
  • 승인 2016.11.19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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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길은 대학생에 있다

‘민주주의: 보통 사람들에 의한 정치’
단 한 문장이 100만 시민들의 가슴을 스쳤다.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3차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특히 한동안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란 비난에 시달린 대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화여대 사태에서 시국 선언 행렬까지, 최근 대학 사회는 60년에 걸친 학생운동 역사를 다시 잇고 있다.

날카로운 첫 혁명의 추억
학생운동의 역사는 4.19 혁명에서 시작된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은 장기집권과 부정부패로 곪아 있었다. 하지만 3.15 부정선거가 전환점을 만들었다.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 3,000명이 구속된 학생의 석방과 학원자율화를 요구하며 평화 행진을 벌였다. 다음날인 19일 아침에는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정권 퇴진을 위한 행진을 이어갔다. 경찰은 발포와 함께 무력 진압을 단행했다. 당시 본교 재학 중이던 정임석<공대 59> 열사 또한 학생 대표로 행진을 이끌다 경찰의 총탄에 숨졌다. 하지만 국민의 뜻은 꺾이지 않았다. 마침내 4월 26일 이 대통령은 하야를 발표했고 정권은 교체됐다. 

건국대에서 지핀 민주화의 섶불
4.19 혁명에서 출발한 학생운동은 8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정점은 1986년 10월 28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 발족식이었다. 이후 집회가 끝날 즈음, 1,500여 명의 전투경찰(이하 전경)이 종북세력 체포를 내세우며 교내로 진입했다. 정부는 일부 학생들이 사용한 과격한 구호를 문제 삼았고, 경찰의 갑작스런 진압에 학생들은 의도치 않게 농성에 돌입하게 됐다. 결국 1,525명의 학생이 연행됐고 1,290명이 구속됐다. 이는 단일 사건 구속자 수로 당시 세계 최대 기록이었다. 건국대 사태 이후 학생들은 종북세력 딱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도 학생들 노력에 호응했고 둘 사이 형성된 연대는 이후 민주항쟁의 발판이 됐다.

빼앗긴 들에 봄이 오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 끝에 사망했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은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에서 결의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대회 도중에도 이한열 열사가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6월 10일 예정돼 있던 집회가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시위에 강경 대응했고, 학생들은 명동 성당에 고립됐다. 그러나 6월 26일 100만 시민이 위축돼 있던 학생들을 위해 거리에 나섰다. 결국 6월 29일 전두환 대통령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했고, 10월 29일 직선제 개헌이 단행됐다.

▲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습

민주주의, 이 한 단어를 위해 대한민국은 무수한 피를 흘렸다. 그러나 역사는 저항한 만큼 자유와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선배들의 저항이 오늘의 자유와 권리를 가져다줬듯, 이제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할 때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떨어지는 과일이 아니다. 우리가 떨어뜨려야 한다.

사진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100만 촛불 속 드러난 민심, “박근혜는 퇴진하라!”

평화로운 촛불 속 분노
지난 12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 개의 촛불이 켜졌다. 수많은 촛불은 단 한 곳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이번 광화문 촛불집회의 정식 명칭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으로, 지난달 29일 열렸던 1차 집회와 지난 5일 열렸던 2차 집회와는 달리 많은 연예인과 정치인까지 동참해 화제가 됐다.
집회 당일 광화문 광장 인근 역인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엔 수많은 시민이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다. 역 출구까지 끝없는 줄이 이어졌고, 경복궁역의 일부 출구는 의무경찰이 봉쇄하기도 했다. 또한 고속도로에는 지방에서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수십대의 버스 행렬이 이어지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처럼 집회의 집결지인 광화문 광장뿐만 아니라 인근 지하철역 출구까지 많은 사람이 몰려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으나, 시민들은 침착했고 서로를 배려했다. 참가 시민들은 그들이 원했던 ‘평화집회’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등 돌린 청와대로 향한 시민들
오후 4시에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를 시작으로 집회의 규모는 점차 커졌다. 오후 5시 20분부터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행진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서울 시청광장에서부터 신고 된 4개의 경로로 나뉘어 각각 행진을 이어갔다. 애초 경찰은 내자동 로터리로의 행진을 제한한다고 시위 주최 측에 통보했으나, 집회 전날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진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경찰이 제한했던 내자동 로터리는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사실상 청와대 인근까지의 행진이 허용된 것이다. 긴 행렬 속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한 목소리를 내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당당히 요구했다.
한편 행진 속에서는 한양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행진에 참가한 박기수<예체대 스포츠산업학과 13> 군은 “우울함과 분노를 안고 집회에 참여했지만, 행진 중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단합된 모습을 볼 수 있어 희망적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군은 “집회가 생각보다 질서 있고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문화공연에서 피어난 주권의식
행진 후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1·2차 집회와는 달리 당일 집회는 문화제 또한 진행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개그맨 김제동 씨는 “정치는 삼류지만 국민은 일류”라 말하며 헌법 조항을 외쳤다. 또한 그는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할 수 있도록 진행을 도왔다.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현수막을 걸어 화제가 된 가수 이승환과 밴드 크라잉넛, 래퍼 조PD 등 많은 가수가 그들의 곡을 개사해 시민들과 함께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과 잠바를 입은 대학생부터 아기와 함께 온 부부까지 참가 시민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기존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이는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더욱 잘 표현해주는 듯했다. 참가 시민들은 국가의 주인으로서, 주권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집회는 경찰도 조심스러워 할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학생, 촛불의 물결을 잇다
경복궁 뒤편에서는 집회 도중 갑자기 시민들의 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와 함성이 향한 곳은 대학생들이 이룬 긴 행렬이었다. 행렬 속 학생들은 소속 대학의 깃발을 흔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학교와 전공이 달라도 이들은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현장에 있었던 이원석<공대 컴퓨터공학부 16> 군은 “집에 있으려다가 현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대학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온 만큼 대통령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군의 말처럼 대학생들은 집회 현장에서 학생으로서 그리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당당히 청와대를 향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집회 현장 한편에선 쓰레기를 줍기 위해 봉투를 들고 다니는 시민들이 보였다.  비닐장갑을 낀 채 도로 위에서 쓰레기를 줍던 김희우<서울시 관악구 21> 씨는 “국민으로서 집회에 참여했는데 작은 것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쓰레기를 줍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남아있었다.
누군가는 거대한 민심의 촛불을 두고 “바람이 불면  꺼질 촛불”이라 말했다.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느끼고 있다”던 청와대도 어느덧 “촛불 집회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등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희망한다. 바람에 꺼질 것은 ‘하야’를 외치는 촛불이 아닌, 부당한 권력으로 이득을 취하는 그들이라는 것을. 청와대와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가의 주인이 누구이며, 그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김채연 기자 codus021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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